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5경기와 46경기의 차이.
김동광호는 2015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마치고 4일 해산했다. 선수들은 곧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6일 KCC-전자랜드전은 대표팀 선수들이 출전 가능했던 첫 경기. 7일에는 KGC-삼성전이 진행된다.
현재 KBL 규정에 따르면 프로농구 선수들이 시즌 중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경우, 대표팀 해산 이후 소속팀의 첫 경기부터 복귀 가능하다.(대표팀 훈련기간 부상으로 하차한 하승진과 윤호영 역시 이 규정이 적용된다. 부상 핑계로 고의로 대표팀에서 하차, 소속팀 경기에 나서는 걸 막기 위한 조치. 이 부분은 타당하다.) 실제 정규시즌 도중 치러졌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직후 곧바로 소속팀 경기에 나섰다.
▲무너진 형평성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대표팀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한 뒤 뛸 수 있는 최다 경기 수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번 대표팀 기준으로 살펴보자. 김태술과 하승진은 KCC의 9번째 경기부터 출전했다. 박찬희와 이정현, 문태영 역시 KGC와 삼성의 9번째 경기부터 출전 가능하다.(대회 직전 부상한 박찬희를 제외한 이정현과 문태영의 출전은 확실시된다.) 이들은 올 시즌 최대 46경기 출전 가능하다. 그러나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던 나머지 4명의 프로선수들(이승현, 양동근, 조성민, 김종규)과 윤호영은 소속팀의 10번째 경기부터 출전 가능하다. 최대 45경기 뛸 수 있다.
정규시즌 1라운드는 7일 KGC-삼성전으로 종료된다. 8일 KT-KCC전은 2라운드다. 구단들이 10번째 경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KCC, KGC, 삼성은 시즌 일정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을 1경기 더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오리온스, 모비스, 동부, KT, LG는 대표팀 선수들을 1경기 더 활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보게 됐다. 순위다툼서 1경기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프로스포츠는 매 순간 상황이 기록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올 시즌 개인기록을 쌓고 경쟁할 수 있는 조건에 차이가 있다. 기록의 정통성에 문제가 생긴다. 기록이 곧 선수의 연봉과 가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사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대표팀과 시즌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기본적으로 개인누적기록에 손해를 보고 시즌을 시작한다. 그래도 국가에 대한 봉사이니 손해를 감수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소속팀 복귀 후 KBL이 미리 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선수와 팀의 손익관계가 어긋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과 몸 상태에 따라 경기에 출전하거나 결장하면서 벌어지는 손익관계는 어쩔 수 없다. 그게 개개인과 팀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본질이 다르다. KBL이 애당초 대표팀 일정을 마친 선수들에 대해 경기 수 기준으로 복귀시점을 정해줬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해산 시점에 이미 1라운드를 마친 팀들이 나왔다. 그렇다면 대표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시기를 2라운드가 시작되는 8일로 정했으면 됐다.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한 문제다.
▲KBL의 대처
KBL은 9월 22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외국선수를 2라운드부터 2명 동시에 활용하기로 했다. 자신들이 정한 원칙을 시즌 개막 후 불과 열흘 만에 깼다.(물론 두 지방구단 단장의 발의와 여론몰이가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발표가 있었다. 올 시즌 신인들을 신인드래프트(10월 26일) 직후 27일부터 곧바로 뛰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애당초 KBL은 올 시즌 신인들을 3라운드부터 뛰게 하려고 했다. 그래야 신인들이 같은 경기 수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3라운드 기간인 11월 12일 SK-오리온스전은 대관 사정상 2라운드 경기가 옮겨진 것을 감안, 신인 출전 불가방침을 정했다. 대신 2라운드 마지막 날인 11월 7일 KGC-오리온스전(3라운드서 2라운드로 이동)은 3라운드로 인정, 신인들을 출전시키려고 했다. 매우 합리적인 결정.
하지만, KBL은 갑작스럽게 뛸 수 있는 경기 수와 관계없이 신인들을 드래프트 직후 곧바로 뛸 수 있게 했다. 리그 흥행에 비상이 걸린 상황서 하루빨리 신인들을 팬들에게 노출시켜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볼거리는 될 수 있지만, 신인 개개인과 구단들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안타까운 건 KBL이 대표팀 선수 복귀전 시점, 신인출전 시점이 각 팀과 선수들간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KBL 관계자들은 대표팀 선수 복귀전 시점에 대해 "예전부터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하지는 않았다"라고 했고, 신인출전 시점 변경에 대해서는 "흥행을 고려해 결정했다"라고 했다.
흥행 앞에 원칙과 형평성이 무너져도 되는 것일까. KBL은 제도와 규정을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어떤 파장과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선 깊게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눈 앞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에만 급급하다. 심도 깊은 논의와 반성, 교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진짜로 손질해야 할 규정(대표팀 선수 복귀 시점) 대신 엉뚱한 부분(신인 출전 시점)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래서 KBL은 KBL만의 뚜렷한 전통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자농구대표팀(위), KBL 로고(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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