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로봇, 소리' 이성민, 주연배우의 무게를 견디다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많이 긴장돼요.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을지, 흥행은 될지, 욕을 먹지는 않을지.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제일 앞에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폐 끼치는 일을 한 건 아닌지 싶고요. 책임감도 있고, 많이 부담도 돼요.”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성민은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실종된 딸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김해관 역을 맡아 스크린 첫 단독 주연에 나섰다.

이번 영화에서 이성민은 사람이 아닌 무생물과 호흡을 맞췄다. 바로 로봇인 소리. 자신은 물론 소리의 리액션까지 염두에 두고 연기해야했고, 홀로 그것도 로봇과 함께 극을 온전히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두려움도 들 법도 했지만 이성민은 그런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람 역을 로봇이 대신하면 힘들 텐데 극 중 제가 만나게 되는 것이 기계니 전 그 역할에 충실하면 됐어요. 그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소리와 제가 어떤 앙상블을 보여줘야 될까를 고민했죠. 그건 소리와 상의할 수 없으니까요. 서로의 액션을 계산해 연기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지만 리허설을 하면서 맞춰갔죠. 소리 삼촌이라고, 소리를 조종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와 또 현장에서 목소리를 연기해 준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성민은 자신이 어떻게 연기해야 관객들이 소리를 받아들일지,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게 될지 고심했다. 관객들이 설득될 수 있으면 했고, 이호재 감독과 상의해가며 무거웠던 시나리오를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만들어 나갔다. 여기에 소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심은경이 로봇의 목소리라는 틀 안에서 감정을 녹여내며 소리와 해관의 관계를 더욱 뭉클하게 만들어냈다.

“심은경 씨의 목소리 연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묘하게 변해가는 소리의 모습을 보며 굉장히 좋았어요.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나와서 심은경 씨에게 너무 좋다고 말했죠. 소리가 약간 성숙해가는 것 같은, 조금 생각이 있는 것 처럼 연기를 해요. 이하늬 씨와 만나는 신을 봤을 때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싶더라고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 만큼 실제 ‘아버지 이성민’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이성민은 해관과 달리 자신은 살가운 아버지라 전했다. 이와 함께 딸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만 하라고 한다며 딸을 향해 “미안하다. 할 수밖에 없어. 이해해줘”라고 애교 섞인 양해의 말도 덧붙였다.

“전 해관과 많이 달라요.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은 더요. 표현 방식이 다른 것이지 사랑의 질량은 다 같다고 생각해요. 전 살갑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제가 어릴 때 그러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과하게 하는 편이죠. 딸도 인정해요. 아버지 같은 사람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 저 같은 줄 알았는데 (해관은) 아니더라고요. (웃음)”

이성민은 ‘로봇, 소리’ 만의 차별성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쉽게 딱 잘라 이야기하지 못하다 조심스레 “로봇이 나온다”고 답했다. 이는 ‘로봇, 소리’의 장점을 몰라서도 아니고, 할 말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주연의 책임감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이성민에게는 ‘로봇, 소리’와 관련한 모든 것들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어깨에 ‘로봇, 소리’에 삶의 한 부분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의 무게가 얹혀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면 사랑스러운 소리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겠지만, 보기 전에는 생경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 이성민은 소리와 영화의 설정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당부했다.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로봇이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게 처음은 아닌데 장편 상업영화에서 전면에 나서는 건 처음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것이 장르물이든 아니든, SF물이든 아니든 간에 저희가 하려는 시도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배우 이성민.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