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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지긋지긋한 가족들로부터 독립해 탈출하려는 꿈을 꾸지만 계획에 없던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과정을 겪으며 지긋지긋한 엄마보다 더 치떨리는 또 다른 엄마 '시엄마'라는 더 넘기 어려운 장벽에 부딪히는 이진애. 배우 유진은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에서 지난 7개월을 그렇게 오롯이 이진애로 살아왔다. 출산 4개월만에 선택한 복귀작이었지만, 유진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였을까.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진은 종영 소감을 묻자 "시원 섭섭하다"고 답했다. 얼굴에서도 작품 하나를 끝냈다는 시원함과 함께 왠지 모를 섭섭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전날 오열 장면을 찍느라 조금은 지쳐보일 수 있다는 소속사 관계자들의 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던 유진은 덤덤하게 종영소감을 이어갔다.
"50부작이다보니 촬영만 7개월을 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촬영들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시원하면서도 그동안 함께 한 가족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기도 해요. 저희 직업이 촬영을 우선시하다보니 사생활이 거의 없잖아요? 하지만 이젠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대타가 없고, 방송 펑크도 낼 수 없고, 아파도 해야하니까 호흡이 긴 드라마를 하면 부담감은 있을 수밖에 없죠."
극 초반 이진애는 엄마 임산옥(고두심)과 줄곧 티격태격하기만 했다. 산옥은 대놓고 장남만 편애했고, 딸은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이진애는 독립을 꿈꿨지만, 아빠 이동출(김갑수)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 꿈마저 무산됐다. 산옥으로부터 모진 말을 듣기도 하면서 그렇게 앙숙 모녀로 그려지는 모습이 유진의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뭔가 엄마와 딸 사이의 어떤 진한 걸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초반까지는 아웅다웅하는 게 잘 그려졌는데, 중간부터는 솔직히 기대만큼은 안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연기하면서 재밌었어요. 현실의 엄마와는 다르지만, 고두심 선생님 역할이 어쩌면 실제로 있을법한 엄마잖아요? 아들을 편애하는 집안도, 내가 당해보지 못한 서러움도 겪어보고. 저는 진애라는 캐릭터가 참 짠하게 느껴졌어요. 몰입을 하다보니 홀대받는 게 서럽기도 했고요."
주말드라마의 특성상 스토리 구조가 복잡하고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아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가 좀 더 심도있게 그려지지 못한 것이 유진은 다소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부탁해요 엄마'는 훈훈한 가족극이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유진 역시 크게 만족했다. 드라마 자체도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유진은 성공의 이유로 "재밌으니까"라는 단순한 답변을 내놨다.
"우선 대본을 보면 작가님이 정말 글을 잘 쓰세요. 저희 대본 연습할 때도 선생님들이 정말 잘 썼다고 자주 말씀 하셨어요. 그리고 엄마라는 소재는, 일단 엄마는 누구나 있으니까, 그렇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통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여기에 형제들도 모두 개성이 있었고, 배우들도 그걸 잘 살린 것 같고요. 첫째 아들 이야기, 진애 이야기, 막내 이야기가 잘 어우러졌고, 각 연령층에 맞는 타깃들을 잘 겨냥해서 쓴 것 같아서 아마 시청자 여러분이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확실히 출산은 유진의 연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진은 "만약 내가 아기를 낳기 전이었다면 진애 쪽만 생각했을텐데, 아이를 낳고 보니 엄마 마음이 정말 아프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들은 참 불쌍한 것 같다"며 "아마 남자들은 출산 경험을 할 수 없어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진정한 효도를 못할 것 같다. 실제로 아이를 낳는 여자보다는 덜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딸들이 효도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부탁해요 엄마'는 유진에게 있어 출산 후 첫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엄마와의 진한 애증을 그린 작품은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그간 출연했던 작품들은 대개 아빠와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그려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탁해요 엄마'는 유진에게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유진은 진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악착같이 살아왔으니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정말 불쌍해요. 아이를 낳기 전에 엄마가 떠났으니까. 제가 그걸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거든요. 엄마 없는 분들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산 후 엄마가 정말 큰 도움이 되는데, 진애는 그걸 못한 거잖아요. 불쌍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배우 유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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