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최근 청춘의 모습들을 가장 인상적으로, 그것도 여러번 연기해 낸 배우를 꼽으라면 배우 강하늘을 들 수 있다.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훈훈한 선배 이효신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미생’에서 완벽한 스펙과 외모를 지녔지만 사회라는 벽에 부딪혔던 장백기,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비뚤어진 욕망을 발산하는 타락한 부마 진, ‘스물’에서 공부만 잘 하는 경재 역을 맡아 다양한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런 강하늘은 영화 ‘동주’에서 또 다른 청춘의 모습을 선보인다.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 강점기에 시인을 꿈꿨던 청년 윤동주 역을 맡아 많은 이들의 고정관념 속에 박혀 있던 윤동주라는 틀을 깼다.
윤동주는 생전 시인이 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지녔던 인물. 하지만 그의 곁에는 열등감을 자극하는 송몽규(박정민)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송몽규는 평생지기였지만 문학적으로도, 독립운동으로도 자신보다 한 발짝 앞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사후에서야 진가를 인정받은 윤동주의 부끄러움의 원천은 자신이었으며 또 송몽규였다.
이런한 모습과 달리 많은 이들에게 윤동주는 ‘위대한 시인’으로 기억돼 있다. 강하늘은 시인 윤동주를 20대의 한 청춘으로 그려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환경 뿐 아니라 사람들이 쓰던 언어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나왔던 발음마저도 아름다웠던 용정에서 자라난 탓에 감수성이 뛰어났던 윤동주, 시인으로서의 이상과 자신의 현실 사이에서 좌절한 윤동주, 자신보다 앞서 있는 송몽규의 등을 바라봐야 했던 윤동주, 풋풋한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윤동주 등을 ‘시인 윤동주’가 아닌 ‘사람 윤동주’로 표현해냈다.
강하늘은 윤동주에게 어떠한 색깔을 입히기 보다 그 나이대 청년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원했다. 그리고 강하늘의 의도는 성공했다. ‘동주’를 본다면 더 이상 ‘위대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입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한’ 윤동주가 스크린에 오롯이 담겨 있을 뿐이다.
외적인 노력 역시 강하늘의 윤동주를 더욱 가슴 아리게 한다. 강하늘은 형무소에서 점점 수척해지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윤동주를 표현해 내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극 중 일본군에게 강제로 머리를 잘리는 신에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삭발을 감행했다. 강하늘 보다 윤동주로서 있고자 했던 강하늘 덕에 ‘시인 윤동주’가 2016년 우리 곁의 윤동주로 완성됐다.
[영화 ‘동주’ 스틸.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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