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초등학교 때 센터를 본 게 전부예요"
레프트 포지션을 갖고 있는 선수가 세터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만났을 때 기분은 어떨까.
현대캐피탈 한정훈은 세터로 전향한지 이제 갓 두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서 센터를 본 게 가장 큰 외도였던 그는 난생 처음 세터의 길을 걷고 있다.
한정훈의 세터 전향은 세터 출신인 최태웅 감독의 권유로 이뤄졌다.
"(노)재욱이 형이 잠깐 부상을 당해 복귀할 때까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는 한정훈은 "세터라는 포지션은 어릴 때부터 해야 잘 하기 마련이라 고민이 컸다"라고 일생 일대의 기로에 섰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최 감독이 한정훈을 세터 재목으로 본 계기는 무엇일까. "세터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이지만 토스하기 좋은 손 모양을 갖고 있다"는 최 감독은 "세터 전향은 정훈이와 미팅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정훈은 세터 전향이 확정되고 전담 파트너로 임명된 송병일 코치와 야간 훈련을 진행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2일 삼성화재전. 최 감독은 3세트에서 한정훈을 세터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4-9로 끌려가는 상황. 주전 세터 노재욱 대신 투입된 한정훈은 예상 외로 안정된 토스를 올리면서 현대캐피탈이 추격에 발동을 거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3세트를 역전극으로 장식,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파죽의 17연승 행진을 달렸다.
최 감독은 "한정훈이 근래 훈련 과정을 봤을 때 안정된 토스가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노재욱의 토스가 흔들렸고 3세트에서는 노재욱을 잠시 쉬게 할 생각이었다. 나도 놀랄 만큼 한정훈이 정말 잘 했다"라고 한정훈을 투입한 배경을 밝히면서 칭찬까지 곁들였다.
함께 플레이한 신영석도 놀란 눈치. 신영석은 "세터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깜짝 놀랐다. 배구에서 세터가 정말 중요하다. 그만큼 더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위치다. 매번 들어올 때마다 놀랍다. 대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한정훈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중용할 가능성을 비췄다. 이승원의 부상 상태에 따라 한정훈이 백업 세터 한 자리를 꿰찰 수도 있는 상황.
한정훈은 "처음엔 재밌었는데 계속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힘이 든다. 배구 포지션 중 가장 힘든 포지션인 것 같다. 상대방 블로킹 등 머리싸움도 해야 하고 너무 어렵다"라면서도 챔피언결정전 기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니까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 있게 플레이하겠다"라고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새로운 히든카드를 쥐게 됐다. 세터로 새 출발을 알린 한정훈이 큰 무대에서도 깜짝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정훈이 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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