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어차피 쓸 것이라면 처음부터 쓰는 게 낫다."
KIA 김기태 감독이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내놓은 가장 기발한 발상 중 하나가 유격수 김주형 카드다. 2004년 데뷔한 김주형은 줄곧 1루 혹은 3루 수비만 소화했다. 지난해까지 프로에서 유격수로 뛴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서 허약한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주형을 유격수로, 브렛 필을 2루수로 기용하는 구상을 세웠다. 실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실험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이 개막하자마자 김주형 유격수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필은 익숙한 1루수로 뛰고 있다.
▲공격력 극대화
지난해 KIA 유격수로 뛴 선수는 박찬호, 강한울, 윤완주, 이인행, 고영우, 최병연 등이다. 이들 중 가장 좋은 타격성적이 강한울의 0.205였다. 어차피 유격수에게 공격 핵심을 맡기는 팀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작년 KIA 유격수 타순은 구멍이 컸다. 2루도 유격수보다는 나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KIA는 지명타자 요원이 즐비하다. 부상 이력도 있고, 수비력 자체가 썩 좋지 않은 케이스다. 현재 주전 지명타자 김주찬을 비롯해 좌익수로 나서는 나지완도 지명타자에 가까운 스타일. 사실 유격수로 2경기 연속 뛴 김주형 역시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이 낫다.
그래도 김 감독은 김주형에게 수비 잠재력을 확인했고, 김주형을 유격수로 배치하면서 지명타자 김주찬, 좌익수 나지완까지 동시에 주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수비 안정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팀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2일 창원 NC전서 승리하면서 직, 간접적으로 효과를 봤다.
▲유격수 김주형 활용방안
김 감독은 유격수 김주형에 대해 "순발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어깨는 좋다"라고 했다. 실제 2경기서 드러난 유격수 김주형은 송구능력이 괜찮은 편이었다. 3유간 깊은 타구를 잡아낸 뒤 강하고 정확한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리그 정상급 유격수들에 비하면 수비력은 다소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유격수 자원을 다시 배치할 경우,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건 쉽지 않은 딜레마에 직면한다. 사실 김 감독은 개막전부터 김주형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개막전부터 밀어붙이기로 했다. "어차피 유격수로 쓸 것이라면 처음부터 쓰는 게 낫다. 유격수 김주형으로 계속 간다"라고 했다.
물론, 김주형이 144경기 모두 유격수로 나설 수는 없다. 체력 부담이 심한 포지션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타석에서의 집중력도 저하되고, 타격 밸런스에 미묘한 악영향을 미친다. 김 감독은 "그럴 때는 다른 선수를 유격수로 투입하면서 주형이를 지명타자나 대타로 활용할 수 있다. 주형이의 체력이 받쳐주는 선까지 유격수로 쓸 것"이라고 했다.
김주형은 지난 10여년간 KIA에서 터지지 않은 카드였다. 그를 유격수로 쓰려는 건 장기적으로 타격 잠재력을 터트리기 위한 묘수이기도 하다. 그동안 김주형은 쟁쟁한 1루수, 3루수 요원들에게 밀려 꾸준히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김주형으로서도 붙박이 유격수 찬스를 잡은 올 시즌이 기회다.
지난해 한 지도자는 "유격수는 절대 쉬운 포지션이 아니다. 아무나 맡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KIA와 김주형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주형.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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