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버킷리스트가 있습니다."
KIA 곽정철의 극적인 복귀와 세이브는 프로스포츠가 선사하는 최고의 감동이다. 곽정철은 2011년 6월 3일 인천 SK전 이후 1765일만인 지난 2일 창원 NC전서 구원등판, 1⅓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KIA의 4-3 리드를 지켰다. 무려 1792일만의 세이브였다.
곽정철은 지난 5년간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팔꿈치와 무릎에 총 9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았다. 고통스러운 재활이 이어졌다. 복귀가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곽정철은 이겨냈다. 시범경기서 복귀, 6경기서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찍으며 부활을 예고했다. 그리고 개막엔트리에 진입, 약 5년만의 1군 복귀전서 대형사고를 쳤다.
KIA는 임창용이 73번째 경기에 돌아오기 전까지 집단마무리 체제를 구축한다. 김기태 감독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 투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단 1경기였지만, 곽정철에 대한 KIA의 희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김 감독은 "아직은 조심스럽다"라고 했다.
▲쇠와 싸워온 5년, 쳐다보기도 싫었다
곽정철은 지난 5년을 돌아봤다.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다. 뒤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봤던 시간이 힘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쇠와 5년간 싸워왔다. 어떤 날은 쳐다보기도 싫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복귀를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 했다. 그는 "하루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표시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 할 걸 하지 않고 넘어가면 결국 복귀는 늦어진다. 기계를 쳐다보기 싫어도 참고 견뎠다"라고 했다.
지루하고 힘든 재활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곽정철은 "정말 야구가 너무 그리울 때는 몰래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보고 돌아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내가 마운드에 오르고, 교체되고, 팬들의 함성을 듣는 걸 상상했다"라고 털어놨다. 다시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처절히 재활하며 1765일을 버텨냈다.
▲버킷리스트가 부른 기적
곽정철은 5년간 재활하면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왔다. 그는 "30가지 정도 적어놨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 등판하는 것도 적어놓았는데, 실제로 이뤄지자 신기했다"라고 웃었다. 내용은 사소하다. 예를 들어 '기자들과의 인터뷰'와 '세이브 따내기' 등등이다. 곽정철은 재활하면서 틈 날 때마다 버킷리스트를 채워 넣으며 복귀를 꿈꿨고, 고통스러운 재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지난해 함평 마무리훈련 당시 복귀에 대한 감이 왔다. 곽정철은 "공을 다시 던지기 시작했고, 땀이 나면서 몸에 붙어있던 테이핑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100개, 120개, 130개씩 투구수를 늘렸고, 연투를 했는데도 몸이 괜찮았다. 더 이상 테이핑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몸이 괜찮아졌다는 걸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보직 욕심 없다, 영원한 내 자리는 없다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시즌 복귀전서 세이브를 따내자 주변의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곽정철은 "초심을 유지하겠다. 재활하면서 영원한 내 자리는 없다는 걸 지난 5년간 느꼈다"라고 했다. 심지어 "보직 욕심은 없다. 승패, 성적, 스코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1구, 1구에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복귀했지만, 체중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곽정철은 "수술하면서 운동량이 줄어들자 104kg까지 쪘다. 살이 찌면 무릎에 하중이 많이 실린다. 내가 가장 좋았을 때의 몸무게는 97kg"이라고 했다. 곽정철은 재활하면서 96kg까지 체중을 떨어뜨렸다. 그는 "요즘도 아침, 저녁으로 몸무게를 잰다"라고 했다.
1765일간의 인내와 1792일만의 감격. 결코 그냥 이뤄지지 않았다. 곽정철의 스토리는 현재 그라운드 밖에서 재활하는 모든 야구선수에게 힘이 될 듯하다.
[곽정철.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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