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육상부 부활 조짐이 보인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허슬두'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팀이다. 단순히 도루를 많이 하는 것뿐 아니라,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주루를 많이 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몇 차례 교체되고, 팀 전력에 변화가 생기면서 굴곡이 있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이 2011년 NC로 떠난 뒤 서서히 색채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육상부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노쇠화하거나 팀을 옮겼고, 새로운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스피드 야구를 확고하게 다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2016년. 김태형 감독 부임 2년만에 두산 육상부가 부활할 조짐이다. 단 3경기서 5도루(2위)지만,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영양가가 높았다. 특유의 공격적인 주루도 되살아났다. 김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의 공격적인 주루를 딱히 강조하지는 않았다. 다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어가길 원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주루가 나온다.
▲환경의 변화
리그 전체적으로 다시 뛰는 야구가 강화되는 추세다. 빅볼 시대에 맞춰 각 구단들은 다득점 생산에 집중한다. 그런데 다득점이 이뤄지려면 홈런과 장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적재적소에 도루와 공격적인 주루가 가미돼야 한다. 그래야 상대 배터리가 흔들리고, 실수를 유도하면서 득점력이 높아진다. 대부분 구단이 지난해와 올 시즌을 기점으로 다시 기동력을 살리고 있다. 두산도 지난해 팀 타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득점 결정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4일 NC와의 홈 개막전 2회 6득점은 의미 있었다. 당시 NC 선발투수 이태양은 볼넷 3개를 잇따라 범하는 등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두산은 밀어내기 득점을 올렸고, 허경민의 싹쓸이 3타점 3루타와 민병헌의 1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이미 5점을 뽑아낸 생황. 2사 1,3루 상황서 민병헌과 정수빈이 NC 배터리를 완벽히 쓰러뜨렸다. 닉 에반스 타석, 볼카운트 1B2S서 4구째에 1루주자 민병헌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세이프 됐다. NC 포수 김태군이 한 박자 늦게 2루에 공을 뿌리는 사이 3루주자 정수빈이 홈으로 쇄도, 추가점을 올렸다. NC 2루수 박민우가 다시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약간 늦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후 2루주자 민병헌은 김태군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과감히 3루까지 훔쳤다. NC의 합의판정 끝에 아웃으로 번복됐지만, 민병헌과 정수빈의 주루는 공격적이고, 창의적이었다. 5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쥔 상황서 더블스틸에 의한 득점은 NC의 심리적 추격 마지노선을 끊어놓는 효과가 있었다.
▲내부적인 변화
두산은 올 시즌 내부적인 변화가 있다. 일단 간판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떠났다. 새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는 중거리타자다. 4번을 맡고 있지만, 전형적인 의미의 장거리 타자가 아니다. 때문에 두산으로선 시즌 초반부터 득점루트를 다변화하고, 득점 확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김 감독 역시 "현수가 타선에 버티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장타력과 승부처에서의 클러치 능력이 작년보다 좋다고 예상할 수 없다. 결국 두산은 다시 스피드로 승부를 보고 있다. 지난해 잔부상으로 몸이 좋지 않았던 민병헌 정수빈 오재원이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몸 상태가 괜찮다는 의미. 여기에 신인 조수행이 1군 백업 멤버로 가세했다. 주루 능력만큼은 두산에서 가장 좋다는 게 김 감독 평가. 발 빠른 백업요원의 가세는 기동력과 주루의 공격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두산은 아직 단 3경기를 치렀다. 단 3경기만으로 기동력 야구가 완벽히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으로 무조건적으로 스피드 야구 부활에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이르다. 부상, 내, 외부적인 전력 변화 등 변수가 많다. 어쨌든 지금 두산은 육상부가 부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건 분명하다.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산 도루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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