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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JTBC 예능프로그램 '마리와 나'가 6일 17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방송에서 '마리아빠'들은 동물들과 함께 한 4개월 남짓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마리와 나'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프로그램은 생각해 봄직한 두 개의 키워드를 남겼다.
▲ 2016년은 펫방? 아직은…
당초 2015년을 휩쓴 '쿡방' 열풍을 이을 2016년의 예능 트렌드로 '집방'과 함께 지목된 장르 중 하나가 '펫방'이었다. 그리고 '마리와 나'는 바로 2016년 이 '펫방'이라는 장르를 가장 빠르게 차용한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펫방'이라는 장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펫방'은 앞서 MBC '일밤-애니멀즈'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 위험도 높은 장르이기도 했다. 이에 '마리와 나' 제작진이 내세운 파훼법은 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었다. '마리와 나'의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을 맡은 김노은 PD는 "동물 예능은 오래 못 간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강호동에게서는 아버지의 모습, 서인국에서는 그동안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상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반려동물이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소위 '착한 예능'의 오랜 고민인 화제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마니아층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낮은 화제성은 아쉬운 시청률로 나타났다. 방송 시간대가 수요일 밤 11시에서 오후 9시 30분으로 옮겨지며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동시간대 경쟁을 펼치게 된 점은 치명타였다.
'마리와 나'를 통해 펫방은 또 한 걸음 진화했지만, 다수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는 더 큰 고민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 여리고 다정한 남자, 강호동
'마리와 나'는 '아는 형님'과 함께 강호동의 JTBC 진출작이기도 했다. 강한 에너지로 함께 하는 이들을 이끄는 타 프로그램에서의 모습과 달리 '마리와 나'에서 강호동이 맡은 역할은 MC가 아니었다.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반려동물 초보자의 자격으로 자신의 손바닥보다도 작은 동물들과 호흡하고 소통해갔다.
그 누구보다 낯설어 했기에 조금씩 동물의 곁으로 다가가는 강호동의 모습이 주는 감동도 컸다. 첫 방송에서 고양이 토토를 보고 무섭다며 엄살을 떨던 강호동은 어느새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고양이를 보며 "이렇게 있어주는 게 좋아서 미칠 것 같다. 나에게 의지를 해준다는 게"고 고백했다. 작은 동물들과 함께 하는 펫방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다정한 아빠 강호동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간 강호동이라는 톱MC는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에게 스스럼없이 넉살을 부리는 친근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어색해하는 경상도 남자의 모습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런 강호동에게 동물은 세상에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좋은 매개체였다. '마리와 나' 속 강호동은 그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했다.
['마리와 나'. 사진 = JT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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