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가 거짓말처럼 ‘3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1차전에서 0-2로 패한 팀이 2차전에 역전한 건 단 17%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레알은 안방에서 3골을 넣고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으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레알은 어떻게 17%를 뒤집은 것일까?
#선발 명단
지네딘 지단 감독은 1차전과 비교해 1명을 바꿨다. 독일 원정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다닐로를 빼고 다니엘 카르바할을 내보냈다. 나머지 포지션은 변화가 없었다. ‘BBC’로 불리는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이 호날두와 스리톱을 구축했다.
디터 헤킹 감독은 2-0 승리 멤버를 그대로 가져갔다. 안드레 쉬얼레가 최전방에 제로톱 역할을 수행했고 좌우 측면에 율리안 드락슬러와 브루노 엔리케가 포진했다.
#밸런스
레알이 1차전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는 ‘밸런스’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조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던 레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볼프스부르크전서 안정적인 포지셔닝에 실패했다. ‘BBC’는 너무 자주 자리를 바꿨고 다닐로는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며 자신이 ‘수비’인지 ‘공격’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0-2 완패 후 지단 감독은 곧바로 팀을 수정했다. 다닐로를 카르바할로 바꾸고 선수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했다. 1차전과 2차전의 ‘평균 포지션’을 비교하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차전에서 중앙에 쏠렸던 BBC의 포지션이 2차전에선 좀 더 넓게 퍼져있다. 독일 원정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계속해서 오갔던 베일도 이날은 오른쪽에 집중했다. ▲이는 수비적인 부분과도 연결된다. 1차전에선 베일이 포지션을 자주 바꾸면서 다닐로에 대한 수비적인 지원이 부족했다. 드락슬러가 쉽게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다. ▲다닐로는 1차전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 이것이 지단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선수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지단은 다닐로 대신 카르바할을 선택했고 ▲카르바할은 공격과 수비에서 매우 균형적인 포지셔닝을 보여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날두 역시 1차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첫번째 경기에서 6개 슈팅을 날리고도 득점에 실패했던 호날두는 두 번째 경기에서 5개의 슈팅 중 3개를 상대 골문에 차 넣었다. 호날두는 두 경기 모두 총 40차례 패스를 받았다. 차이라면 1차전에선 페널티박스 근처, 즉 상대 수비가 밀집된 지역에서의 터치가 많았고 2차전에선 다소 낮은 위치에서 공을 잡고 전달한 뒤 공간을 향해 움직이는 '오프더볼(OFF THE BALL:볼을 갖지 않았을때의 움직임)'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전반 16분 첫 골 장면에서도 카르바할의 크로스를 예측하고 상대 센터백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았다. 전반 17분 코너킥 득점도 크게 보면 공을 갖지 않았을 때의 쇄도가 만든 헤딩골이었다. 그리고 2골을 넣은 호날두는 장기인 프리킥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다니엘 카르바할
카르바할은 볼프스부르크전 대역전극의 숨은 영웅이다. 카르바할은 모든 면에서 다닐로보다 뛰어났다. 호날두의 선제골을 도왔고 볼프스부르크의 측면 역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무엇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를 아주 잘 구분했다. 공을 끊어낸 뒤에는 곧바로 치고 달려갔고 반대쪽의 마르셀로가 오버래핑을 시도할 때는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수비에 무게를 뒀다. 비록 드락슬러가 부상으로 이른 시간 교체되기도 했지만, 카르바할로 인해 볼프스부르크는 1차전처럼 역습을 하지 못했다.
물론 볼프스부르크에게 기회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전반 37분 브루노가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 타이밍이 엉키면서 무산됐다. 1차전과 비교해 볼프스부르크는 전체적으로 경직돼 보였다. 2골차 리드를 지켜려다보니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졌다.
#후반전
호날두의 3번째 골이 터진 뒤 양 팀은 남은 교체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골이 필요한 볼프스부르크는 ‘미드필더’ 조슈아 길라보기를 빼고 ‘공격수’ 바스 도스트를 투입했다. 마지막 승부수였다. 그러자 레알은 벤제마, 모드리치를 불러들이고 헤세 로드리게스, 라파엘 바란을 통해 떨어진 체력을 보충했다. 변화는 없었다. 볼프스부르크는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이후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그리고 레알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6시즌 연속 준결승에 오른 지단 감독은 경기 후 “4강에 올라 기쁘다. 오늘의 행복을 즐기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후스코어드닷컴,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