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는 농구협회의 외교력에 달렸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가장 큰 약점은 외교력이다. 방열 회장이 FIBA 아시아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아시아 농구행정의 중심은 중국과 중동이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조차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한국은 FIBA 아시아, 혹은 FIBA 사정에 밝은 농구전문 행정가도 거의 없다. FIBA의 의사결정과정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결국 국제대회서 훈련 스케줄 배정 혹은 파울 콜 등에 의해 크고 작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다.
실제 FIBA는 2017년 남자, 2019년 여자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폐지하고 월드컵(여자는 세계선수권) 예선을 홈&어웨이로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에 걸맞은 국가대표 운영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다. 설상가상 농구협회는 국내법 개정으로 예산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농구 위상의 어두운 단면이다.
▲첼시 리를 구하라
최근 농구협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첼시 리다. WKBL, KEB하나은행과 함께 지난 2월부터 특별귀화를 추진해왔다. 리를 6월 13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에 출전시키기 위해서다.
리의 기량은 2015-2016시즌을 통해 검증이 됐다. 약점도 있지만, 한국이 국제대회서 전통적으로 취약했던 제공권에 강점이 있다. 대표팀 위성우 감독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연합회와의 통합작업으로 리 특별귀화에 대한 심사 작업이 지체됐다. (특별귀화 준비를 1~2개월 빨리 시작했어도 대한체육회 심사가 그렇게 빨리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농구관계자들 설명) 결국 리는 지난 6일 어렵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추천을 받았다.
남은 건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로부터 특별귀화선수로 인정 받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대한체육회 심사 후 법무부 심사까지 3~4주가 소요된다는 게 농구협회 관계자 설명. 법무부가 사전에 관련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하기 때문이다.
결국 농구협회는 최종예선 예비엔트리 제출 마감일인 14일까지 법무부로부터 첼시 리 관련 국적심의위원회 개최 시점을 통보 받지 못했다. 농구협회는 할 수 없이 FIBA에 리를 제외한 24명 예비엔트리를 통보했다. 예비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는 원칙적으로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서 뛸 수 없다. 그러나 100%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게 농구협회 관계자 설명이다. 외교력이 필요하다.
▲시험대 오른 농구협회 외교력
농구협회 관계자는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라고 했다. 일단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 개최는 시간문제다. 언젠가는 반드시 개최된다. 법무부는 과거 대한체육회의 특별귀화 추천선수를 최종적으로 거부한 전례가 없다. 더구나 리는 2015-2016시즌 WKBL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나은행을 창단 후 첫 통합 준우승으로 이끈 공로, 특별귀화에 대한 의지와 태극마크를 향한 열망을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정 받은 상태다.
농구협회는 리의 특별귀화가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곧바로 관련서류를 FIBA에 접수할 계획이다. 리의 신분증명자료, 미국 대표팀에서 뛴 경력이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는 물론, 방열 회장의 친서까지 첨부할 계획이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FIBA에 예비엔트리를 제출하면서 첼시 리의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놓았다"라고 했다.
예비엔트리를 교체하면 벌금 3000스위스프랑(약 350만원~400만원) 정도를 물어야 한다.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관련 서류를 빠짐없이 제출하고, 벌금까지 납부하면 최종판단은 FIBA 몫이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그렇게 다 해도 FIBA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는 모르겠다"라고 했다.
리가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도 여자농구대표팀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종예선서 맞붙을 벨라루스와 나이지리아는 결코 만만치 않다. 8강전 혹은 패자전서 맞붙을 D조 국가들(중국, 스페인,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25일 진천선수촌에 소집, 본격적으로 최종예선 준비에 나선다.
그와는 별개로 농구협회는 외교력을 발휘, 리의 대표팀 합류를 이끌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방열 회장의 외교력이 필요하다. 직접 움직여서 FIBA 관계자를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한 농구관계자는 "방 회장님이 FIBA 아시아 부회장으로서 FIBA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안다. 이번에 힘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동안 농구협회 외교력은 미덥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다. 농구협회로선 지금이 농구 팬들의 믿음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리의 여자대표팀 합류. 힘 닿는 데까지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첼시 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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