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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윤욱재 기자] "제가 성이 오씨 잖아요. 영어로는 'Oh'라서 제 이름을 재밌어 해요"
한국과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선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빠르게 세인트루이스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 11회 우승을 차지한 강팀으로 지난 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며 올해도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다. 오승환이 직접 겪은 세인트루이스는 어떤 팀일까.
▲ 몰리나 리더십은 경기에서 나온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지난 해까지 8년 연속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야디어 몰리나가 안방을 사수하고 있다. 시즌 전부터 오승환과 호흡이 기대를 모았는데 벌써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내셔널리그 MVP 출신인 밀워키의 강타자 라이언 브론을 3구 삼진으로 잡은 것도 몰리나의 과감한 몸쪽 사인, 그리고 오승환의 화끈한 승부구가 조화를 이뤘다. 오승환도 "몰리나는 좋은 포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서로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야구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고 한다.
"막상 경기가 끝나면 야구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 굳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장난을 더 많이 친다"고 밝힌 오승환은 "몰리나가 클럽하우스에서도 딱히 하는 건 없다. 워낙 좋은 선수가 많고 팀 분위기도 좋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경기 할 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 그때 만큼은 정말 리더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오승환의 빠른 적응을 돕는 매서니 감독
마이크 매서니 감독 역시 오승환의 순조로운 적응을 돕는 조력자다.
"매서니 감독님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인 것 같다. 항상 매일 매일 먼저 다가와서 선수들의 몸 상태나 기분을 체크한다. '오늘 준비됐냐'고 물어보고 체크하더라"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이 등판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 오면 한국 말로 "좋다, 좋다"라고 박수를 쳐준다. 이처럼 선수를 편하게 대하는 매서니 감독이지만 그 안에는 프로 선수로서 책임감이 동반돼야 함을 오승환은 느끼고 있다.
"감독님은 처음 봤을 때 한국, 일본에서 했던대로만 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나에게 특별히 지적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울 수도 있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결과도 내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마이너리그에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투수 운영에도 일가견이 있는 코칭스태프를 만난 것은 오승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매서니 감독과 데릭 릴리퀴스트 투수코치는 오승환에게 결코 많은 짐을 안겨줄 사람들이 아니다.
"감독님과 투수코치가 메이저리그 팀들 중에도 불펜 운영이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항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지만 감독님은 '매일 등판은 없다. 시즌이라는 건 길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하신다"
▲ 직접 보면 왜 강팀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세인트루이스의 클럽하우스에 가보면 다른 팀보다는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기 전부터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팀들도 있는 게 사실. 물론 세인트루이스의 클럽하우스에도 음악이 흘러 나올 때도 있지만 그 볼륨은 그리 크지 않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들어온 매서니 감독이 아예 음악을 꺼버리는 장면도 목격했다.
"선수들 개개인이 튀는 선수가 없다.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의 조합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오승환은 "워낙 팀이 조용하다. 다른 팀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한 것 같다. 선수들끼리도 잘 어울린다"라고 세인트루이스의 분위기를 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전력에 구멍이 생겨도 내부 수급이 원활한 팀으로 꼽힌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올해 주전 좌익수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작년까지 메이저리그 출전 경력이 전무했던 선수다. 제이슨 헤이워드가 거액에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지만 아직까지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승리의 DNA'가 박힌 세인트루이스는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확실히 강팀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경기하는데 여유가 있다. 승패에 안절부절하지 않았다. 개막 3연패를 하고 나서도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오승환의 설명이다. 오승환은 지금 이런 강팀에서 뛰고 있다.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오승환.(첫 번째 사진) 벤치를 응시하는 야디어 몰리나.(두 번째 사진)사진 = 미국 세인트루이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오승환 "브론 3구 삼진, 몰리나가 사인냈다" (일문일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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