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치러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2015-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은 득점 없이 끝났다. 물론, 경기 운영 자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측면도 있다. 두 팀 모두 승리보다 패배하지 않는 것에 무게를 두면서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균형을 이뤘다. 그로 인해 오픈 플레이에선 이렇다 할 찬스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세트피스에서 기회가 있었지만 조 하트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어쩌면 그래서 더 호날두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네딘 지단 감독도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호날두와 같은 최고의 선수가 없이 경기에 나서는 건 애석한 일이었다”며 에이스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했다.
#선발명단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캡틴 뱅상 콤파니와 다비드 실바를 선발에 포함시켰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최전방에 섰고 그 뒤에 케빈 데 브루잉이 자리했다.
지단 감독은 호날두 없이 경기를 시작했다. 당초 맨시티전 출전이 유력했지만 부상 재발 우려로 벤치 밖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대신 지단은 루카스 바스케스를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과 함께 배치했다.
#전반전
예상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경기였다. 특히 전반전이 더 그랬다. 양 팀 통틀어 단 4개의 슈팅이 나왔고 그 중 유효슈팅은 ‘0개’였다. 점유율도 사실상 거의 5대5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패스 숫자에서 근소하게 앞섰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패스의 대부분이 후방에서의 소유를 통해 휴식을 취하거나 경기 템포를 늦추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실바의 부상이 아쉬웠다. 실바가 전반 40분 빠지면서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후 페예그리니 감독이 “창의적이지 못했다”고 아쉬워한 이유다. 실바 대신 투입된 칼레치 이헤나초는 아구에로 아래서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였다. 데 브루잉은 실바가 빠진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헤나초 투입은 효과가 없었다. 그는 약 50분을 뛰면서 10번의 패스 밖에 받지 못했다. 슈팅은 ‘0개’였고 돌파도 ‘제로’였다. 이헤나초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 했다. 상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에 갇혀 아구에로를 돕지도, 그렇다고 데 브루잉을 지원하지도 못했다. 큰 무대에 대한 경험 부족 탓인지 활동 반경이 너무 좁았다. 더 큰 문제는 실바가 부상으로 2차전에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페예그리니는 “햄스트링 부상이 일주일 만에 회복되진 않을 것”이라며 실바의 결장을 예고했다.
#페페
포르투갈 출신의 페페는 아구에로를 상대로 완벽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기록상으로 8번이나 상대 공을 빼앗았고 태클(2회), 가로채기(2회), 수비지역에서의 클리어(5회), 헤딩 클리어(4회) 등 실수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페페에 막힌 아구에로는 단 한 차례도 돌파를 성공하지 못했다. 아구에로는 페페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자주 왼쪽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가졌다. 문제는 이것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페페의 압박 타이밍이 너무 좋았고, 페페가 이탈한 공간을 카세미루가 재빨리 메웠기 때문이다.
#후반전
후반 시작과 함께 지단 감독은 벤제마를 불러들이고 헤세 로드리게스를 내보냈다. 지단은 이에 대해 “부상에서 이제 막 회복한 벤제마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 경기에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전반 끝나고 부상이 우려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레알 마드리드는 헤세가 투입되면서 전반보다 공격 속도가 더 빨라졌다. 다소 정적이었던 벤제마와 달리 헤세는 측면으로 넓게 이동하면서 베일이 중앙으로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그 결과 전반에 1개였던 베일의 슈팅이 후반에 4개로 늘어났다. 맨시티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수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다. 체력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페르난지뉴와 페르난두가 전반보다 전진하면서 미드필드와 최종 수비라인 사이 간격이 더 넓어졌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카세미루의 포지셔닝이 뛰어났다. 끝까지 홀딩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맨시티와 달리 간격이 유지가 잘 이뤄졌다.
#세트피스
호날두의 부재에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득점 기회는 있었다. 바로 세트피스다. 후반 9분 첫 유효슈팅도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세르히오 라모스가 콤파니의 맨마킹을 벗겨내고 헤딩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34분과 37분 찬스는 더 아쉬웠다. 카세미루의 헤딩은 조 하트의 왼발에 걸렸고, 페페의 슈팅은 또 다시 조 하트에 가로막혔다. 맨시티는 세트피스 대인방어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3번 모두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내달 5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2차전에는 호날두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호날두는 헤딩에도 강한 선수다. 이번에는 없었지만 그가 돌아온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세트피스는 더 위협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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