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군에서 여유를 찾았다."
두산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는 30경기서 타율 0.248 5홈런 19타점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타자 성적으로는 평범하다. 그러나 5월에 치른 12경기 성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40타수 15안타 타율 0.375, 4홈런 14타점 8득점. 놀라운 건 안타 15개 중 9개가 2루타(5개)와 홈런(4개)이라는 점이다. 에반스는 순수장타율 0.218로 리그 14위, 팀 내 3위다.
4월 25일 1군에서 말소, 2군을 다녀온 뒤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에반스는 6일 잠실 롯데전서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되면서 복귀했다. 현재 오재일도 복귀했지만, 에반스는 건재하다.
▲여유를 찾았다
에반스의 타격폼은 보통의 외국인타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테이크백을 거의 하지 않는다. 방망이를 잡는 위치도 약간 낮다. 언뜻 보기에는 외국인타자에게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장타생산에 불리한 폼인 듯 하다. 힘을 모으는 과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파워가 좋다는 게 김태형 감독 진단이다.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임팩트 순간에 싣는 힘이 남다르다. 낮은 코스에 약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코스의 공을 놓치지 않는다. 19일 잠실 KIA전 양현종에게 뽑아낸 초대형 좌월 투런포 역시 양현종의 높은 체인지업을 공략한 결과였다.
2군에 다녀온 뒤에도 에반스의 타격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부적으로는 조금 달라진 듯하다) 1군에 복귀하자마자 장타력을 끌어올려 두산 타선에 공헌하고 있다. 지금 에반스는 장타로 연결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하다. 그는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심리적인 여유를 얘기했다. 에반스는 "1군은 전쟁이다. 2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여유를 찾았다"라고 했다. 2군에서 가진 힐링타임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솔직히 전력분석 비디오도 많이 보지 않는다. 감각적으로 좋은 타격감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욕심을 버렸다
에반스는 개막전 4번타자였다. 그러나 극심한 부진으로 4월 중순부터 4번 타순에서 밀려났다. 그사이 두산 4번타자는 오재일과 김재환이 번갈아 맡아 대박을 쳤다. 그러나 에반스도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4번 경쟁 중인 오재일, 김재환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에반스는 4번타자 복귀에 큰 욕심이 없다. 그는 "두산 라인업을 보면 즐겁다. 매일 해결사가 새롭게 등장한다. 민병헌, 오재일, 양의지, 김재환 모두 환상적인 타자들이다. 그들은 3할대 후반을 치고 있다"라고 웃었다. 에반스는 6~7번 타순에서 타격감을 찾았다. 더구나 국내 중심타자들이 잘해주고 있다. 굳이 4번타자에 대한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
한편, 양현종에게 뽑아낸 에반스의 투런포 비거리는 130m로 기록됐다. 그러나 실제 140m 이상 날아갔다는 게 야구관계자들 설명이다. 타구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 상단 광고판을 때렸다. 좀 더 높게 날아갔다면 김동주 이후 역대 두 번째 잠실 장외홈런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에반스에겐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는 "김동주가 나보다 힘이 센 것 같다"라고 웃었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만의 타격에 집중하는 에반스다운 대답이었다.
[에반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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