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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전 세계 게임 유저들이 열광한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영화화 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이 일반 관객은 둘째 치고, 와우저(와우 유저)라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이 지난 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공개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은 제목에 명시돼 있듯 딱 ‘서막’에 그친다. 영화 초반 호드들과 함께 ‘록타르 오가르(오크 언어로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이라는 뜻, ‘건승’·‘필승’ 같은 단어와 유사한 쓰임을 보인다)’를 외치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록타르’라는 말이 쏙 들어가 버릴 정도다.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의 가장 큰 단점은 와우저가 아닌 관객은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 영화 초반 중요 인물과 장소 등이 휘몰아치듯 펼쳐진다. 와우저는 한 번에 각인될 수 있겠지만 게임을 접하지 못했던 관객이라면 암호처럼 등장하는 단어들을 억지로 기억하려다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이는 와우의 장대한 세계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와우는 대서사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탄탄하며 깊고 넓은 세계관을 자랑하는데, 이는 원작이 지닌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이런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지어진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은 얼기설기 지어 놓은 초라한 집 같다. 재료가 넘쳐날 정도로 풍부하지만, 스토리 라인이 너무 단순하다 못해 뻔하다. 죽음, 배신, 오해 등 어느 하나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이는 와우를 모르는 일반 관객도 마찬가지일 것.
인물 역시 오크 듀로탄과 혼혈 오크 가로나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력적이지 않다. 스토리가 매력을 반감시킨다면 캐릭터라도 이 매력을 충족시켜줘야 하지만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은 이 기대마저 배반한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신의 부족을 아낄 줄 아는 지도자인 서리늑대 부족 족장 듀로탄이 주인공인 영화로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영상미는 어느 정도 인정해 줄 만하다. 오크의 압도적 힘과 파괴력이 만들어내는 전투신이 시선을 앗아가며 와우 트레일러 퀄리티에는 못 미치지만 이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제작진의 노력도 높이 살 만하다. 군데군데 CG가 도드라지고, 오크들이 대거 모여 있는 전투신에서 오크들을 컨트롤 C+V를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서려 있음을 짐작할 만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제작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내년에 개봉될 '워크래프트'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또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가 성공한다면 다른 블리자드 게임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을 보자면, 한동안 이 꿈을 고이 접어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는 9일 개봉.
[영화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 포스터와 스틸. 사진 = UPI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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