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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믿고보는 배우 조재현의 악역은 잔혹했다. 이상엽은 이번에도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이 지난달 30일 밤 방송된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조재현과 이상엽의 열연으로 복수극의 여운은 더 진하게 남았다.
▲ 최종보스, 사이코패스, 불행의 씨앗…'악역' 조재현의 존재감
"너에겐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내가 아니라 너희가 나온 거야."
'국수의 신'에서 최종보스 김길도를 연기한 조재현의 눈빛에는 시종일관 섬뜩한 광기가 서려있었다.
김길도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 혹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은 기본, 상상 이상의 악행을 저지를 정도로 사악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위조한 학생증으로 명문대 생의 거짓 삶을 살았고, 그 과정에서 살인자가 된 김길도는 무명(천정명)의 아버지인 하정태(노영학)의 신세를 지게 됐다.
하정태 또한 함께 하기만 해도 불행해지는 남자 김길도의 저주를 피해가진 못했다. 김길도는 하정태에게서 목숨과 국수 비법을 빼앗아 궁락원의 면장이 됐다. 그리고 하정태의 아내와 아들마저도 자신의 손으로 불태워죽였다. 물론 당시엔 그 아들이 살아나 무명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향한 복수극을 펼치게 될 것은 알지 못했다.
이후 돈과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한 김길도의 악행은 더욱 치밀하고 추해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는 "미안하지만 나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게 행복일까? 불행일까?"라는 말을 남긴 뒤 무명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악인은 끔찍한 최후로 무명에게 마지막 복수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극악무도한 악인 김길도를 연기하는 조재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하정태의 가족을 산 채로 불태우며 "우리도 한 때 좋은 시절이 있었어. 같이 반죽도 하고 국수도 만들고. 미안하지만 너한테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내가 아니라 너희가 나온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김길도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복수극'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국수의 신'을 마지막까지 이끈 것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복수할 수밖에 없는 남자' 김길도를 연기해 낸 조재현의 힘이었다.
▲ 이상엽, 태하로 재발견되다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짧은 특별출연임에도 인상적인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은 이상엽의 존재감은 '국수의 신'에서도 이어졌다.
'국수의 신'에서 이상엽이 연기한 인물은 어릴 적부터 친구만을 바라보며, 친구를 위해 살아온 박태하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친구 채여경(정유미)의 부모님을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마음의 짐으로 품고 살아온 태하는 꿈을 포기하고 여경의 살인죄를 뒤집어 쓰는 등 희생하는 삶을 살아왔다.
출소 후에 전과자가 된 그의 삶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지만 태하는 또 다시 친구를 위한 선택을 했다. 복수를 위해 김길도의 곁으로 다가가는 또 다른 친구 무명을 지키기 위해 궁락원에 스스로 발을 들인 것이었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태하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복수에 눈이 멀어 어둠으로 접어드는 친구들을 구하고, 사랑하는 이인 김다해(공승연)을 구하려 죽음을 택했다.
'국수의 신'에서 이상엽은 아버지의 죄를 스스로의 원죄라 믿고 희생하고 고통받는 인물, 태하를 연기했다. 불행한 성장환경과 삶을 살아왔지만, 동시에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놓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이렇게 상반된 특징을 가진 태하를 연기하며 이상엽은 섬세한 감정묘사와 표정연기로 캐릭터에 공감을 불어넣었다. 김다해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는 한없이 달콤했고, 악인과 대면하는 장면에서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또 사랑하는 이를 지킨 뒤 스스로 소태섭(김병기)의 수하들에게 목숨을 내놓는 장면의 비장함은 영화 '신세계' 속 배우 박성웅의 마지막 장면에 못지 않았다.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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