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프랑스 축구 전설 미셸 플라티니는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면 스코어는 영원히 0-0이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린 ‘개최국’ 프랑스와 ‘월드컵 챔피언’ 독일의 대결이 바로 이 ‘실수’에서 갈렸다. 프랑스 후배들은 대선배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경기 임했다.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했고 독일이 실수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 유로에서도 점유율(Possession) 시대가 저물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이 탈락했고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결승에 올랐다. 이탈리아도 점유율을 포기하고 상대의 실수를 이용했다. 이제는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누가 더 조직적이며, 누가 더 효과적인 역습을 시도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역사가 그렇듯 축구 전술도 이렇게 돌고 돈다.
#선발 명단
디디에 데샹 감독은 아이슬란드전과 같은 선발을 내보냈다. 무사 시소코와 사무엘 움티티가 2경기 연속 선발 기회를 잡았고 경고누적 징계에서 돌아온 은골로 캉테는 벤치에 머물렀다. 포메이션은 4-2-3-1 혹은 4-4-2에 가까웠다.
요하임 뢰브 감독은 마츠 훔멜스(경고누적), 사미 케디라, 마리오 고메즈(이상 부상)이 없이 경기를 시작했다. 엠레 찬이 첫 선발로 출전했고 율리안 드락슬러, 베네딕트 회베데스가 베스트11에 포함됐다. 포메이션은 4-3-3이었지만 측면 풀백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고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면서 3-2-5처럼 보이기도 했다.
#4-3-3 vs 4-4-2
4-3-3과 4-4-2의 대결에서 공을 소유하는데 유리한 쪽은 전자다. 중앙에 항상 미드필더 숫자가 한 명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은 일반적인 4-3-3보다 더 많은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했다. 메수트 외질은 측면보다 중앙에 더 자주 머물렀고 4-2-3-1에서 와이드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드락슬러도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원톱 토마스 뮐러 옆에 자리했다. 여기에 토니 크로스까지 간헐적으로 전진하면서 독일은 중원 싸움에서 폴 포그바와 블레이즈 마투이디를 압도했다.
실제로 독일이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에만 350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프랑스의 전체 패스(301개)보다 많은 숫자다. 어택킹서드(Attacking third:프랑스수비지역)에서 기록한 패스만 131개다. 프랑스는 39개밖에 되지 않았고 그 중 박스 안으로 향한 건 단 1개였다. 자연스럽게 슈팅도 독일이 더 많았다. 11개의 슈팅을 퍼부었다. 전반 14분 찬의 왼발 슈팅과 26분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이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프랑스는 점유를 포기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점유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압박도 느슨했다. 전방에 선 올리비에 지루와 앙투안 그리즈만은 독일 센터백을 자유롭게 뒀다. 제롬 보아텡이 쉽게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다. 가장 위험했던 지역은 가운데 ‘4’였다. 특히 포그바와 마투이디는 크로스가 전진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순간적으로 2vs4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종의 딜레마였다. 크로스를 쫓으면 드락슬러를 놓치고, 찬을 압박하면 외질이 자유를 얻었다. 시소코가 중앙으로 들어와 도움을 줬지만 매번 그럴 순 없었다.
그럼에도 독일이 마무리를 짓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다. ⓐ사이드에서 이점을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오른쪽 풀백 키미히에게 60차례나 패스가 전달됐지만 박스 안으로 향한 크로스는 겨우 1개였다. ⓑ 뮐러는 박스 안에서의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공중볼 경합은 물론 크로스에 대비한 쇄도도 부족했다. 고메즈의 빈 자리만 더 크게 느껴졌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슈바인슈타이거는 독일 시스템의 중요한 키였다. 그는 3번째 센터백이자 후방 플레이메이커였다. 전반에 그는 51개의 패스 중 47개를 성공했다. 그의 안정적인 운영 덕분에 독일은 프랑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다. 코너킥에서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이를 그리즈만이 차 넣었다. 매우 어리석은 실수다.
#후반전
양 팀 모두 전술적인 변화 없이 후반을 시작했다. 독일은 더 많이 점유했고, 프랑스는 더 깊게 내려섰다. 설상가상 독일은 후반 16분 보아텡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뢰브 감독은 시코드란 무스타피를 투입했다. 이어 6분 뒤에는 찬을 불러들이고 마리오 괴체를 내보냈다. 괴체가 들어오면서 독일은 4-3-3에서 4-2-3-1로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그러자 데샹 감독도 변화를 줬다. 파예(플레이메이커)를 빼고 캉테(수비형미드필더)를 투입했다. 하지만 4-4-2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됐다. 마투이디가 왼쪽으로 이동하고 캉테가 포그바와 함께 섰다.
#앙투안 그리즈만
교체 변화 속에 프랑스가 추가골을 터트렸다. 이번에도 독일의 실수였다. 키미히의 터치가 길어지면서 포그바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어진 크로스에선 마누엘 노이어의 펀칭 실수가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리즈만이 결정적인 기회를 득점에 연결했다.
프랑스가 라인을 내리고 역습하는 상황에서 그리즈만의 능력은 더욱 빛났다. 빨랐고 지능적이었으며 동료와의 연계도 훌륭했다. 무려 5번의 드리블 돌파를 모두 성공했다. 대회 초반 데샹 감독은 그리즈만을 4-3-3의 윙어로 활용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 돌입하면서 미드필더 숫자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그리즈만을 지루 옆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그리즈만은 매 경기 골을 넣고 있다. 윙어보다 스트라이커로 뛸 때 위협적인 앙투안이다.
그리즈만의 활약에 가려진 숨은 영웅은 시소코와 로랑 코시엘니다. 시소코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루즈볼(9차례)을 따냈다. 코시엘니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가장 많은 공중볼클리어(7차례)에 성공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제법 잘 이겨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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