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첫 선을 보였을 때, 외국 관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서양인이 만든 좀비 캐릭터를 한국영화가 리얼하게 구현한 데다 부성애 등 감성적 호소력도 담았기 때문이다.
스크린 데일리는 “‘설국열차’와 ‘월드워Z’가 만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오락성과 사회성 모두 완벽하게 담아냈다”고 평했다.
‘설국열차’는 영원히 돌아야하는 순환선 속에서 계급 시스템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돌파하는 이야기라면, ‘부산행’은 어디가 안전한지도 모른 채 종착역을 향해 무작정 달려야하는 극한의 상황을 그린 영화다.
그렇다면 ‘월드워Z’의 좀비와 ‘부산행’의 좀비는 무엇이 다를까. ‘월드워Z’의 좀비떼는 급속도로 도시를 점령한다. 외국 평론가들은 좀비떼가 유럽을 휩쓸고 있는 이주노동자, 난민 등을 은유한다고 분석했다.
‘부산행’의 좀비떼는 헬조선의 디스토피아를 상징한다. 좀비떼가 빠르게 확산하는데도 콘트롤 타워는 없고, 재난을 막으려는 노력도 없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좀비떼를 폭력시위 단체로 보도하는 뉴스, 긴급 재난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급기야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아예 개입도 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자학적으로 표현하는 헬조선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점차 괴물로 변한다. 연상호 감독이 말했듯이, 인간은 위기를 겪으면 괴물로 변한다. 자기만 살겠다고 극한의 이기심을 보이는 대기업 상무(김의성)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점차 섬뜩한 집단광기를 드러낸다.
폐쇄적 공간, 막다른 골목에서 인간 본성의 민낯이 신랄하게 파헤쳐지는 과정은 우리 안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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