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2의 유창식이 나올까.
KBO는 지난 22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승부조작 자진신고 기간으로 설정,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던 선수들의 자수를 유도하고 있다. 이미 첫 케이스가 나왔다. 유창식의 승부조작 자수 소식이 24일 밤 알려졌다. 심지어 유창식은 2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승부조작이 1회가 아닌 2회였다고 밝혀 또 한번 충격을 안겼다.
핵심은 과연 내달 12일까지 제2의 유창식이 나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태양과 문우람이 적발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제2의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유창식의 자수와는 별개로 유창식의 승부조작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 심지어 최근 야구판에는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통신'이 나돈다. 추가로 몇몇 선수에게 승부조작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KBO리그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요즘 KBO리그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그라운드보다 외부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참에 다 털어내자
KBO의 의도는 명확하다. 자진신고기간에 지난 4년간 승부조작을 벌인 모든 선수가 양심 고백을 하길 바란다. 이참에 뒤늦게나마 깨끗하게 털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실제 유창식도 이태양과 문우람 사건이 터진 뒤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다는 후문이다.
KBO는 내달 12일까지 KBO에 자수할 경우 징계를 감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승부조작에 한 번이라도 가담했던 선수가 지금 자수하면 KBO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수준의 징계인 실격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창식도 실격은 면할 듯하다.
지금 몇몇 선수는 심각하게 자수를 고민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선수가 단 한 명도 없고, 모든 구성원이 떳떳한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승부조작은 외부의 학습효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혹시 지금도 완전범죄를 꿈꾸는 선수가 있다면, 팬들을 또 한번 우롱하는 행위다.
▲자진신고의 딜레마, 당위성
짚어볼 부분이 있다. 지금 KBO가 진행 중인 승부조작 자진신고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많다. 취지 자체는 이해가 된다. 이번에 자진신고제를 운영하지 않으면 앞으로 끊임없이 승부조작 관련 사건이 터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KBO리그의 존재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급한 불만 껐다는 인상이 강하다. 승부조작 자진신고제는 경우에 따라 KBO가 먼저 선수에게 일종의 거래를 시도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승부조작은 자진신고 기간에 양심고백을 했다고 해서 해당 선수에게 징계를 감면해줄 정도로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보호 받아야 할 스포츠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악행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징계감면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선수들의 자수를 유도하는 게 좋을 뻔했다"라고 말했다.
유창식이 최근 승부조작 자진신고를 한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KBO와 구단 차원에서 자비를 베풀 일은 아니다. 더구나 유창식은 경찰에서 말을 바꾸며 야구 팬들을 또 한번 기만했다. 심지어 경찰이 유창식의 추가범행 여부를 수사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최악의 경우, KBO의 이번 자진신고제 운영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 결국 KBO의 승부조작 자진신고제 운영에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KBO와 구단들이 이 문제의 뿌리를 뽑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순한 사과문 발표가 아닌 진정성 있고 현실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오히려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람은 물론이고, 방조한 사람들에게까지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창식의 한화 시절 모습(위), 고척돔 경기모습(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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