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끝내 올림픽 시상대를 정복하지 못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5위로 마친 손연재의 시니어 마지막 과제는 올림픽 메달이었다. 리우올림픽서 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시상대 한 쪽을 차지하는 게 손연재와 한국 리듬체조의 꿈이자 숙원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제천,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 광주 유니버시아드 3관왕, 월드컵시리즈 우승 및 무더기 메달 등 지난 4년간 일궈낸 수많은 성과는 모두 리우올림픽을 위한 모의고사였다.
지난 4년간 손연재는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그가 리우를 시니어 피날레 무대로 생각했다는 것. 그래서 메달에 대한 꿈이 더욱 간절했다는 것. 자신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 리듬체조 역사를 바꿔놓겠다는 굳은 열망 하나로 지난 4년간 치열하게 살아왔다. 선수수명이 짧은 리듬체조 현실을 감안하면 손연재로선 후회 없는 마지막 무대가 필요했다.
그러나 끝내 손연재의 마지막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개인종합 결선 4위를 차지, 빈 손으로 리우올림픽을 마쳤다. 손연재가 지난 4년간 흘린 땀의 가치는 절대 폄하될 수 없다. 4년 전보다 한 계단 순위가 상승됐지만, 4년 전과 지금 그의 가치는 순위 한 계단보다 훨씬 더 높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은 분명히 있었다. 태생적인 신체조건의 한계, '넘사벽' 연기 테크닉을 지닌 톱랭커들의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는 자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랭킹 공동 1위 마르가티나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는 애당초 손연재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은 아니었다. 또 다른 강자이자 신예 알렉산드라 솔다토바까지 출전했다면(올림픽 리듬체조는 한 국가에서 2명까지만 출전 가능) 러시아가 금은동메달을 휩쓸 수도 있었다. 이들은 타고난 신체조건에 일찌감치 최첨단 육성시스템에서 성장해왔다.
손연재의 동메달 경쟁자라던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도 사실은 손연재보다 반수~한 수 위의 선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손연재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상대지만, 그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았다. 손연재가 2014년 리스본월드컵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종합 우승했을 때 이들 세 명은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마문, 쿠드랍체바, 리자트디노바는 철저히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올 시즌을 진행했다. 손연재도 올 시즌 들어 일찌감치 체력을 끌어올린데다 기술적 약점을 극복해왔지만, 단기간에 그들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여기에 많은 실전을 소화하면서 고질병이 된 발목부상, 한국 최초 수식어를 달고 일궈내야 할 과제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올림픽 시상대는 손연재가 밟지 못한 꿈의 무대로 남게 됐다. 그게 손연재를 둘러싼 냉정한 현실이다. 그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확률은 희박하다. 포스트 손연재가 나올 것인지, 나온다면 그가 언제 올림픽 시상대를 밟을 것인지도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손연재. 사진 = 리우(브라질)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