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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미씽'이 단순 모성애만 그렸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엄지원은 23일 오후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열변을 토하며 자신의 신작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를 소개했다. 이처럼 그가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작품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대변했기 때문.
'미씽'은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어느 날 자신의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5일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리 영화는 모성으로 시작하지만 모성에서 여자로 끝난다고 생각해요. 모성애가 포커스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미씽'은 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사회적 이슈들을 화두로 던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연기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요. 배우라는 제 직업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아주 소중한 의미의 작품이에요."
모성애를 다뤘지만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미씽' 속 워킹맘 지선은 현재 우리 주변의 모습이기도 하고 곧 겪을 수도 있는 여성의 삶 단면을 보여준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선. 밤낮없이 일하고 아이를 돌보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비난의 화살뿐이다. 보모에게 애를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로서 자격을 박탈당한다.
"남녀에 대한 시선 차이가 있더라고요. 똑같은 위치에 있더라도 남자의 목소리가 좀 더 신뢰를 갖는다는 거예요. 일을 덜 하고 못 할 거 같다는 편견도 깔려 있고요. 여자인 저조차도 그런 편견에서 스스로를 보듬어주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미씽'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시선들이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부터 시작해 일상에 파고 들어가 있는 편견들에 대해 영화적 재미를 쫓으면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영화예요."
여기에 중국인 보모 한매를 통해선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작은 호의조차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비춘다. 그럼에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갑자기 벌어진 유괴 사건을 통해 모두가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촬영할 당시 현장에서도 남성과 여성 스태프들의 영화에 대한 의견이 나뉘더라고요. 이곳에서도 이렇게 시선 차이가 있는데 이 사회는 오죽하겠어요. 저도 '미씽'을 통해 현실을 많이 바라보게 됐어요."
주변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남 배우들이 극장가를 점령한 가운데 여배우 투톱 체제라니,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우먼파워는 막강했다. 엄지원과 공효진의 명불허전 연기력에 이언희 감독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주변에서 '안 된다'고 우려하더라고요. 그런데 시사회 이후 우려했던 게 무색하게 호평을 받았어요. 이렇게 많이 좋은 얘기를 들었던 작품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저는 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봤는데 온전한 마음으로는 못 봤어요. 개봉 후에야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엄지원은 드디어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이유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상대역과 대화를 많이 나눈 적이 없었다"고 말했을 만큼 '미씽'은 촬영 내내 공효진, 이언희 감독과 회의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소통한 끝에 매 장면을 완성해냈다.
"이제는 돌고 돌아서 충무로에도 새로운 게 나올 때가 됐잖아요. 여성들의 영화가 가뭄인데 '미씽'이 선두로 나서 발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잘 됐으면 좋겠어요. '거 봐, 안 된다니까'라는 소리가 들리 않게요."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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