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제 89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흑인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서정적이고 시적인 영상에 담아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9살, 16살 그리고 20대 중후반의 샤이론을 다루는 3부로 구성돼 있다. 각 부의 제목은 리틀, 샤이론, 블랙이다.
리틀은 동네 아이들이 왜소한 체구의 샤이론을 놀리며 부르는 별칭이다. 리틀은 호모라는 놀림도 받는다. 그런 샤이론에게 케빈은 다정하게 다가선다. 리틀은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인 후안(마허샬라 알리)을 만나 세상의 중심은 나 자신이고 커서 무엇이 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는다. 달빛 아래에서 흑인들은 푸르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샤이론은 16살 때 마이애미 해변가에서 케빈과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무엇이 될지 결정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케빈은 샤이론을 블랙이라고 부른다. 오직 케빈만이 부르는 별칭이다. 누군가의 폭력 때문에 케빈과 안 좋은 일로 헤어진 샤이론은 고향 마이애미를 떠난다.
세월이 흘러 후안처럼 마약상이 된 샤이론에게 케빈의 전화가 걸려온다. 요리사 케빈의 식당에서 샤이론이 묻는다.
“왜 전화했어?”
“말했잖아, 손님이 주크박스에서...”
샤이론이 말을 끊자, 케빈은 말한다.
“이 노래가 흘러 나왔어.”
그때 흐르는 음악은 바바라 루이스의 ‘헬로, 스트레인저’이다. “다시 보니 정말 좋아요. 이게 얼마만이에요,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다.
케빈의 집에서 둘은 서로에게 기댄 채 앞을 바라본다. 그 직전에 카메라는 케빈의 집이 마이애미 해변가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샤이론은 해변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 영화는 해변가에서 푸른 달빛을 받고 있는 어린 샤이론의 뒷모습을 보여준다(1부에서 이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샤이론이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보는 순간, 영화는 끝난다.
그렇다면, 어린 샤이론이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1. 케빈:샤이론은 언제나 케빈이 부를 때 뒤를 돌아봤다. 9살 시절 미식축구를 할 때도,16살 시절 짜릿한 경험을 했을 때도 케빈이 뒤에서 불렀다. 어린 샤이론은 당시에 유일하게 자신을 다정하게 불러주던 케빈을 보았을 수도 있다.
2. 샤이론:어린 샤이론이 20년 후 자신의 미래를 보았던 것은 아닐까. 성 소수자인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약한 샤이론은 미래에 자신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했을 것이다. 케빈과 함께 있는 샤이론이 해변가를 응시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리틀과 블랙의 정서적 교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린 샤이론과 어른 샤이론의 눈빛이 20년의 시차를 두고 맞은 것이다.
3. 관객:내 인생은 앞으로 이렇게 펼쳐질 거예요. 이제 다 보셨죠. 당신도 저를 리틀이라고 놀리실 건가요. 여전히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볼 건가요. 샤이론은 샤이론일 뿐이예요.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제발.
[사진 제공 = 오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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