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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KBS 2TV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에 이어 SBS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 SBS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까지. 흥행 드라마 속엔 한상 배우 김민석이 있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아도 극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흥행 드라마 속에서 항상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됐다.
그러나 김민석은 ‘피고인’ 속 이성규의 여파가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단다. 반전 인물이었던 이성규는 충격 엔딩과 함께 이후 이야기 전개에도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민석은 “‘피고인’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데 촬영하면서는 이성규의 여파가 이 정도로 크다는 걸 몰랐다”고 운을 뗐다.
“잘 될 거란 예상은 하지 않았어요. 소재도 좋았고 장르극을 한 번도 안 해봐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한 거죠.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죠. 항상 모르고 해요. ‘이거 된다’ 해서 하는 건 관계자들이 하는 일이잖아요. 전 배역이 좋으면 하는 거고요. 역할이 커질 건 알고 있었죠. 유괴범인 것까지만 알고 있었어요. 근데 처음부터 많았다면 부담스러워서 못 했을 것 같아요. 계속 숨기고 숨기고 하다가 나오는 인물이라 분량 많았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김민석이 연기한 이성규는 6회 엔딩에서 반전 인물임이 드러났다. 박정우(지성) 딸 하연(신린아)을 유괴한 유괴범이었던 것. 그는 자신의 동생을 살리기 위해 최민호(엄기준)와 손을 잡았고, 이후에는 죄책감으로 인해 하연이를 돌보며 이야기를 뒤집었다.
당시 이성규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은 충격 엔딩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성과 대면하는 김민석의 눈빛 역시 호평을 얻었다. 김민석은 “6회 엔딩이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다”며 “대본이 계속 수정이 돼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감정 과잉이 되기도 했어요. (신)린아를 보고만 있어도 감정이 과잉돼서 눈물이 나오고 그런 적도 있죠. 오히려 과잉이다 해서 눈물 닦고 다시 한 것도 있을 정도예요. 또 유괴라는 것이 나라는 사람한테 비현실적인 일이잖아요. 어마어마한 일을 드라마상에서 해야 하니 죄책감이 더해졌어요. 그래서 더 이성규 캐릭터가 살았던 것 같기도 해요.”
극중 죄책감은 실생활에서도 이어졌다. 실생활에서 신린아와 더 친해진 것도 연기할 때 영향을 미쳤다. 초반 교도소 신에서 이성규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을 당시 비밀을 가진 유괴범임에도 극중에서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다른 죄수들과 웃어야 한다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선배님들은 역할에서 빠져 나오는 게 다 가능하시더라고요. 너무 부러워요. 전 처음에는 캐릭터로 다가갔다가 어느 순간 분간이 안 가면서 조금 사람 성향이 바뀌거든요. ‘피고인’ 찍으면서는 집에 많이 있었어요. 작품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피고인’ 찍을 때는 나가서 놀아도 즐겁지가 않았어요. ‘닥터스’나 ‘태양의 후예’ 찍을 때는 술 마시고 나가서 파티파티를 했는데 ‘피고인’은 정말 조용히 살았죠. 딱히 메소드 연기를 해서도 아니에요. 그냥 내 기분이 다운돼 있고 6회 엔딩 끝나고 7회부터는 밖에 나가 사람 많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 마시기도 싫었어요.”
김민석은 극 중 자신의 정체가 밝혀진 뒤 행동도 조심했다. 극에 몰입해 있을 시청자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많은 분들이 ‘피고인’에 감정이입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SNS에 올리지도 않았어요. SNS도 조심했죠. 댓글에 다 김민석이라 안하고 이성규라고 하니까. ‘왜 납치했어요’, ‘하린이 어디 있어요’라는 댓글을 보고 ‘아, 나를 이성규로 보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정글의 법칙’ 나온 거 보고도 ‘이거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너무 몰입하다보니 스트레스도 받았다. 해소 방법은 신린아와 노는 것, 집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 동네에서 커피 한잔 하는 것 등 소소한 것들이었다. 다른 생각 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피고인’은 너무 가슴 아픈 마음이 지속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3~4kg가 확 빠졌다. 작품이 우울하니까 살이 빠지더라”고 털어놨다.
“사실 이성규가 너무 허무하게 죽은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아쉬워 하기도 했지만 전 그렇지 않았어요. 이성규는 혼자 살아도 외롭고 아니어도 외로운 사람이에요. 사회적으로 어쨌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니까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여줄 수도 없죠. 물론 끝까지 안 나온 건 아쉬움이 있어요. 근데 그건 감독님의 결정이었어요. 성규가 죽는걸 너무 싫어하셨고 슬퍼서 못 찍겠다고 하셨을 정도거든요. 죽은 성규 얼굴을 보여주기 싫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가렸던 거죠. 전 이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한편 이토록 몰입할 수 있었던데는 신린아와 지성의 도움이 컸다. 제일 많이 호흡을 맞춘 신린아와는 촬영장에서 제일 친해졌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역과의 케미도 생겼다.
“(신)린아는 연기를 너무 잘 하는 친구예요. 연습도 안하는데 들어가면 잘 하죠. 린아랑 놀아주다가 리허설 한 번 맞추고 촬영했다가 아차 싶은 적도 있어요. 다시 연습하고 했죠. 린아가 저랑 노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근데 그래서 더 케미가 잘 살았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이가 날 많이 따르는 상태에서 하니 뭘 연기해도 다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지성 형은 ‘신이 살아야 한다’주의라 후배들도 다 챙기고 회의도 많이 하세요. 사실 전 낯을 가리는 편인데 지성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주시고 얘기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배우 김민석.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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