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최종 점수 차는 17점이었지만, 4쿼터 초반 격차는 33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창피하다. 비난 받아야 할 경기였다”라는 추일승 감독의 말대로 오리온의 완패였다.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은 지난 11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1-78로 패했다.
2쿼터부터 오리온이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였다. 1쿼터를 16-16으로 마친 오리온은 2쿼터 개시 후 연속 8실점했고, 이후 한 번도 주도권을 되찾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결국 관건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대한 협력수비, 이후에 대한 대처였다. 1쿼터만 해도 라틀리프에 대한 협력수비는 효과를 보는 듯했다. 오리온은 라틀리프의 실책을 2차례 유도했고, 1쿼터 막판 주희정에게 3점슛을 내주기 전까진 근소한 리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오리온은 2쿼터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마이클 크레익이 투입된 후 라틀리프의 무리한 패스가 줄었고, 문태영도 라틀리프에게 쏠리는 견제를 덜어줬다. 실제 삼성은 압도적 우위를 점한 2쿼터에 9어시스트를 올렸는데, 이 가운데 7개가 크레익(4개)과 문태영(3개)이 남긴 기록이었다.
오리온은 19점 뒤처진 3쿼터 들어 오데리언 바셋을 기용하지 않는 대신, 토종 포워드들의 활용도를 높였다. 3점슛이 잠시 불을 뿜어 격차를 12점까지 격차를 좁혔지만, 이내 라틀리프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못한 채 무너졌다. 라틀리프는 이날 올린 33득점 가운데 14득점을 3쿼터에 집중시켰다.
오리온은 공격도 매끄럽지 못했다. 강점인 3점슛은 전반에 14개 중 2개만 림을 갈랐고, 속공 전개도 원활하지 않았다. 오리온이 사실상 승부가 갈린 3쿼터까지 성공시킨 속공은 단 1개였다.
오리온으로선 안드레 에밋을 앞세웠던 전주 KCC에 이어 또 다른 강적을 만난 셈이다. 오리온은 KCC와 맞붙은 지난 시즌 챔프전서 4승 2패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오리온은 조 잭슨을 앞세운 트랜지션으로 KCC를 공략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포워드들의 속공 가담, 문태종의 3점슛 등은 오리온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에밋을 제외하면, KCC의 공수 전환이 빠르지 않다는 점도 오리온의 위력이 배가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수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오리온은 KCC의 득점원 에밋을 향해 협력수비를 펼쳤고, 때에 따라선 기습적으로 3명이 수비에 가담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수비에서도 두꺼운 포워드들을 활용, KCC를 압도한 끝에 우승을 따낼 수 있었다.
올 시즌 오리온이 넘어야 할 상대는 에밋이 아닌 라틀리프다. 어찌 보면 오리온 입장에서 지난 시즌보다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일단 오리온의 단신 외국선수는 잭슨이 아닌 바셋이다. 잭슨이 있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속공의 위력이 줄어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실제 오리온은 삼성과의 4강 1차전서 전반 속공 0개에 그쳤고, 이는 적장 이상민 감독이 만족감을 표한 기록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라틀리프는 하승진(KCC)과 달리 ‘뛰는 농구’가 가능한 빅맨이다. 트랜지션을 극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속공을 저지하는 것도 과제인 셈이다.
더불어 오리온으로선 공수에 걸쳐 기여도가 높았던 김동욱도 없다. 무릎통증이 재발한 김동욱은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며, 4강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추일승 감독은 에밋과 라틀리프 가운데 더 막기 힘든 상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둘 다 (막기)힘든 선수들이다.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협력수비, 이후의 움직임을 지혜롭게 가져가야 한다. 정상적인 수비로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에밋을 넘어선 덕분에 14시즌만의 우승을 차지했던 오리온은 그 못지않은 강적 라틀리프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오리온의 타이틀 방어전은 챔프전에 진출하기도 전부터 막이 올랐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상), 추일승 감독(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