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파주 안경남 기자] 실전을 열흘 앞두고 전술 변화를 시도할 배짱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실패할 경우 선수들에게 혼선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그러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11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기존에 사용했던 포백(back four:4인 수비)를 버리고 스리백(back three:3인 수비)을 깜짝 가동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파격시도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남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우루과이를 2-0으로 완파했다. 불안했던 수비는 스리백 전환 후 무실점을 기록했고, 늘어난 중원은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신태용의 스리백 카드는 본선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신태용호 스리백 전술의 핵심은 ‘포어 리베로’ 김승우다. 그는 센터백 이상민과 정태욱 앞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3번째 센터백 역할을 수행했다. 김승우는 “센터백 중 한 명이 사이드로 넓게 이동하면 가운데로 내려오거나, 센터백 둘이 한 쪽으로 쏠리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대쪽으로 내려와 3인 체제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우는 연세대에서도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지만 역할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소속팀에선 수비만 신경쓴다. 하지만 이곳에선 미드필더도 봐야 한다. 말 그래도 포어 리베로다. 스리백 사이에 있으면서 수비와 미드필더를 수시로 오가야 한다. 익숙한 위치긴 하지만, 조금 다른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어 리베로는 수비뿐 만 아니라 미드필더로서 빌드업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 (상대 공격을) 끊고, (어디로 볼을 배급할 지) 찾고, (정확한 위치로) 전달한다. 동시에 탈압박 능력도 갖춰야 한다. 해야 할 게 많은 포지션이다.
김승우도 포어 리베로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미드필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처음에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비만 하는 스리백은 자신의 앞에 있는 압박만 벗어나면 된다. 그러나 미드필더에 있을 땐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온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볼 처리를 빠르게 해야 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의 스리백 전환은 기니의 투톱과도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리백은 투톱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2명의 센터백으로 2명의 공격수를 막는 것보다 3명의 수비수로 2명을 상대하는 게 수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신태용은 “기니는 투톱이 위협적이다. 그들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뒷 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쓴다”고 했다.
김승우도 지금의 스리백 대형이 세컨볼을 따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크로스를 올릴 때 이상민, 정태욱과 삼각형을 만든다. 불확실한 볼을 처리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2명의 스트라이커를 쓰는 팀은 한 명이 공중볼을 경합하고 다른 한 명이 세컨볼을 따낸다. 스리백은 이런 공격에 대처하기 유용하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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