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어른들의 진짜 코미디가 따로 없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소위 교양 있는 어른들이 제대로 망가지며 허상을 꼬집고 진짜 코미디를 선보인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이빨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했던 이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바뀌고, 이들의 설전은 가해자 부부와 피해자 부부의 대립에서 엉뚱하게도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대학살의 신' 속 알렝, 아네트, 베로니끄, 미셀의 첫 인상은 고상한 지식인인 듯 보인다. 아이들의 문제에 어른이 어른스럽게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다소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예의를 지키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감정을 숨긴다.
그러나 언뜻 나오는 속내까지 숨길 수는 없다. 허상에 휩싸인 지식인의 본성이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온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네 사람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한 자신을 감추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인 '화'까지 참을 수는 없다.
이미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립되어 다른 이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의 가식적인 모습도 드러난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듯 하고 기분 좋은 말로 포장하지만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진심을 모를리 없다. 결국 싸움으로 치닫는다.
'대학살의 신'은 연결고리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부부 대 부부로 만나지만 이들 네명은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그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싸움에 불이 붙기도 한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아이들 싸움 문제 해결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부부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며 네명의 인물 각각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때 코미디가 살아난다. 소위 지식인인척 하는 사람들의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 실소를 자아내고, 이들이 폭발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박장대소 하게 만든다.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의 찰떡 같은 연기와 호흡은 이같은 매력을 배가시킨다.
그야말로 수작이다. 허상을 꼬집고, 대사도 차지다. 그 과정에서 웃음을 전달하는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시간 90분. 오는 7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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