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뉴욕 기자회견에서 ‘왜 소년이 아니라 소녀가 주인공이냐’고 질문하더라고요.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웃음). 저는 강인한 소녀, 제지할 수 없는 소녀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킥애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막을 수 없는 소녀의 느낌을 그려보고 싶었죠.”
봉준호 감독 영화의 키워드 중 하나는 소녀다. 그는 28일 삼청동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괴물’ ‘설국열차’ ‘옥자’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가 ‘소녀 3부작’이라는 마이데일리 기사(‘옥자’, 봉준호 감독의 ‘소녀 3부작’의 완결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어요. ‘마더’에서도 그랬고, 제 영화에선 교복 입은 소녀가 죽었어요. 거기서 나온 반작용이 ‘설국열차’의 요나(고아성), ‘옥자’의 미자(안서현) 예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의 이미지가 배어있다. ‘옥자’의 미자는 ‘플란다스의 개’의 현남(배두나)처럼 계속 뛰어 다닌다. ‘쫓고 ?기는’ 테마는 ‘괴물’과 연결된다.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낸다는 점에서 ‘마더’가 연상된다.
무엇보다 ‘좁고 긴 통로’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이 반영됐다. ‘괴물’의 하수구에 이어 ‘옥자’에선 지하상가가 등장한다.
“회현 지하상가에서 찍었어요. 한국에서 천장이 가장 낮은 지하상가죠. 상인조합의 허락을 얻어 밤새도록 찍었어요. 산골의 푸른 하늘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곳이잖아요. 다리우스 콘지 감독이 굉장히 좋아했어요(웃음), 밝게 찍자고 하더군요. 옥자가 미친 듯이 뛰고, 유리창에 부딪히고, 가게 하나가 완전히 부서지고…. 저는 항상 무채색 톤으로 몰고 가는데, 이번에는 마음 놓고 컬러풀하게 찍었어요. 쾌감을 느꼈죠.”
회현 지하상가의 한바탕 대소동에 흐르는 음악은 정재일 음악감독이 만들었다. 돼지 느낌을 살리기 위해 관악기를 썼다. 브라스밴드의 음악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실력 있는 브라스밴드를 찾다가 마케도니아까지 갔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한마디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동유럽 뮤지션들의 열정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관현악 뿐 아니라 기타와 피아노 솔로, 뉴에지 음악 등을 골고루 사용했다. 봉준호 감독은 난장을 연상시키는 액션, 소녀의 평화적 모멘트, 공포에 가까운 순간 등 영화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버라이어티한 음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촬영은 ‘미드나잇 인 파리’ ‘아무르’의 다리우스 콘지와 호흡을 맞췄고, 각본은 ‘프랭크’의 존 론슨과 함께 썼다. 존 론슨은 영어대사와 모든 캐릭터의 대사를 리라이팅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나리오 작가 이전에 유명한 르포작가로 활약했어요. 거대기업에 관한 르포 ‘싸이코 패스 테스트’, 테러리스트를 다룬 ‘뱀’이라는 책이 유명하더군요. 신기하게도 ‘옥자’와 연결돼 있어요. ‘옥자’에도 거대기업과 테러리스트가 나오니까요. 사전에 전혀 몰랐어요. 그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프랭크’의 웃기면서도 어둡고 슬픈 느낌을 좋아했다. ‘옥자’에도 봉준호 특유의 코미디와 비관적 정서가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설국열차’‘옥자’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 소녀의 클로즈업으로 끝난다. 그 얼굴에 미래가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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