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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스로 몸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KGC는 4~5일 안양에서 열린 2017 EABA(동아시아농구연맹) 동아시아 챔피언스컵서 선로커스 시뷰야(일본), 타이페이 다씬 타이거스(대만)에 연이어 패배했다. 6일 쓰촨 핀셩(중국)전 결과에 관계 없이 9월 중국 심천에서 열릴 2017 FIBA 아시아 챔피언스컵 출전이 불발됐다.
현재 KGC는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다. 오세근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양희종은 손가락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이정현은 KCC로 이적했다. 데이비드 사이먼과 키퍼 사익스도 개인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대회는 7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가국들의 사정으로 1개월 연기됐다. KGC는 7월 대회에 맞춰 조기소집했다. 하지만, 대회가 연기되면서 해산한 뒤 다시 모였다. 미국 우승여행도 다녀왔다. 결국 KGC는 단 열흘간 팀 훈련을 한 뒤 대회에 나섰다.
부작용은 명확했다. KGC가 선로커스, 다씬에 패배한 건 부족한 게임체력 때문이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발놀림이 무뎠다. 통상적으로 정규시즌 장기레이스에서 발휘되는 게임체력은 비 시즌 체력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절대 단기간에 만들 수 없다.
오히려 KGC는 다씬전 막판 트랩을 섞은 전면강압수비로 추격전을 펼쳤다. 맥 없이 끌려간 경기를 접전 모드로 돌렸다. 김승기 감독은 "몸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안양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사용했다"라고 털어놨다.
게임체력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황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공격적 수비는 위험할 수 있다.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변칙을 섞은 전면강압수비는 KGC가 게임체력이 완전히 올라온 정규시즌에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다. 김 감독도 "그 수비를 지금은 하지 않는 게 맞다. 다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작정 KGC의 이번 대회 2연패를 게임체력이 덜 됐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자위하면 되는 걸까. KGC의 2연패는 한국농구에 시사하는 명확한 교훈이 있다. 선수들 개개인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이다.
KBL 10개 구단은 이번 비 시즌부터 시즌 종료 직후 2개월 단체훈련금지 조항을 명확히 준수했다. 프로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시즌 후 피로를 풀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동안 KBL과 구단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다.
그런데 이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농구관계자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비 시즌에 스스로 몸을 만들어 오는 문화가 완벽히 정착돼있지 않다. NBA를 봐라. 왜 9월 이후부터 팀 훈련을 시작하나. 선수들이 비 시즌에 알아서 충분히 쉬고 몸을 만들어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프로선수들이지만, 몇몇을 제외하면 2개월간의 긴 휴식기를 가져본 경험이 없다. 그리고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 아직 KBL, WKBL 선수들은 휴식기 혹은 휴가에 몸 관리에 대한 투자보다는 그냥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관계자는 "개개인의 차이다. 비 시즌에도 철저히 몸을 만들어서 팀 훈련에 나타나는 선수들도 있다. 다만, 아직 스스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몸을 만든 선수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김승기 감독은 "선로커스 선수들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개인트레이닝을 하면서 이 대회를 준비했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은 우리나라 선수들도 반성해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는 2개월 동안 선수 자신들이 몸을 얼마나 미리 만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타이페이 다씬 타이거스 범경상 감독도 "4개월 전에 시즌이 끝났고, 2개월 전부터 준비했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KGC보다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다만, 범경상 감독은 "선수들은 그보다 1개월 먼저 훈련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KBL, WKBL 모든 구단, 선수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에 적절히 휴식을 취하면서 알아서 몸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오면, 팀 훈련에 대한 밀도를 높이고, 시즌을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나아가 한 프로구단 감독은 "시즌 내내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겐 2개월 훈련금지가 오히려 독이다. 주전들이야 쉴 시간도 필요하지만, 비주전들에겐 훈련금지가 오히려 다음시즌 준비에 방해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개개인이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마인드도 개선돼야 하고,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일본농구의 성장이 무섭다. 여자는 세계를 바라본다. 한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남자도 한국을 거의 다 따라 잡았다는 게 중론. WKBL 구단관계자들은 "일본은 비 시즌에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만들어온다. 우리 선수들과 마인드부터 다르다"라고 했다. WKBL 일부 구단들의 팀 훈련량이 많은 건 분명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몸 관리에 대한 개개인의 의식과 그에 걸맞은 시스템 정립이 미흡한 걸 감안하면 WKBL 구단 관계자들, 감독들 설명도 이해는 된다.
지금이라도 비 시즌에 선수 개개인이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는 메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KBL, WKBL, 지도자, 선수 개개인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대회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KGC 선수들(위, 가운데), 선로커스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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