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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붉은 태양이었다. 윤아가 나타나자 순식간에 주변은 환하게 밝아졌고, 윤아의 웃음소리에 공기는 활력을 되찾았으며, 새벽잠에서 이제껏 잠들어있던 온 세상이 그제야 생기롭게 눈을 떴다.
윤아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선다. 태양보다 뜨거운 미소를 띠고. '앞으로도 소녀시대'의 그 윤아다.
"엔딩이요? 아마 린(홍종현)과 산(윤아)을 응원하셨던 분들께는 해피엔딩이고, 원(임시완)과 산을 응원하셨던 분들은 좀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
19일 종영한 MBC '왕은 사랑한다'(극본 송지나 연출 김상협)는 윤아에겐 첫 사극이었다. "쉽지 않은 장르라 출연 전 고민이 많았다"는 윤아가 분한 은산은 그 역할 또한 쉽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왕원과 왕린에게 동시에 사랑 받았으나, 이 사랑이 도리어 파국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산이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궁금해하시면서 답답해하신 걸 알아요. 저도 마지막 즈음에 와서야 대본을 보고 '린산(왕린과 은산)이구나' 알게 됐어요."
송지나 작가의 극본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두 남자를 향한 은산의 감정은 모호하게 그려지고 말았다. 이 탓에 시청자들은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려웠는데, 이를 균형 있게 연기해야 하는 윤아 역시 어려운 작업이었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원이는 우정으로서 사랑한 남자, 린이는 남녀로서의 감정을 준 남자"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는 윤아는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많은 분들이 시청률이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세요. 물론 잘 나오면 좋았겠지만 시청률은 진짜 모르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전 감정선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면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못 느낄지라도,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왕은 사랑한다'를 하며 쌓인 경험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더 잘할 수 있는 힘이요."
연기는 2007년 MBC '9회말 2아웃'을 시작으로 올해로 10년이다. 그간 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연기력에 후한 평가를 받진 못했으나, 지난해 tvN 'THE K2'를 시작으로 영화 '공조' 그리고 '왕은 사랑한다'를 거치며 비로소 대중의 평가에 반전이 오고 있다.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부끄러워한 윤아는 대중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 작품 KBS 1TV '너는 내 운명'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는 미소 지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새벽이'('너는 내 운명'에서 윤아가 연기한 여주인공 이름)라고 해주셨는데, 요즘은 '소녀시대 윤아'라고도 많이 알아봐 주시니까 또 감사하더라고요."
데뷔 10년.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쩌면 지금 이 시점이 윤아에게 소중한 전환점이 될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의 태양처럼, 우리가 10년간 알고 지내던 윤아가 아닌 또 다른 윤아가 서서히 꺼내 보여지고 있는 까닭이다.
"데뷔할 때에도 '10년 뒤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요'란 질문을 받았어요. 시간이 흘러서 성숙한 모습도 있긴 하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는 느낌이에요. '벌써 10년이나 지났나',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아요. 다만, 지금까지의 10년은 잘 보내면서 온 것 같아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거든요. 10년 뒤에도 인터뷰를 했을 때, 그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태양 같던 윤아가 따듯한 햇살처럼 웃었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싹둑 자르고 새로운 작품으로 나타나도 놀라지 말라는 배려의 미소인 것만 같다.
"단발머리요? 머릿결이 상해서 잘랐어요. 활동할 때는 '안 어울리면 어떡하지' 싶어서 못 잘랐는데, 이번에 자르고 좋게 봐주시니까 참 다행이에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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