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애버리지 상승을 증명했다.
야구에서 애버리지는 타자의 타율을 의미한다. 현장에선 더 넓은 의미로 야구선수의 종합적인 능력이나 가치를 평가할 때 애버리지라는 말을 쓴다. 정밀한 수치가 아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선수의 파괴력이다.
두산은 2016년에 세 명의 주축 타자를 발굴했다. 4번타자 김재환, 중, 장거리타자 오재일, 정확성과 한 방을 갖춘 박건우까지. 이들이 두산의 2016년 통합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김재환은 2015년까지 100경기 이상 출전 시즌이 없는 백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34경기서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 107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애버리지를 크게 끌어올린 사례였다. 올 시즌에도 타율 0.344 35홈런 112타점 106득점으로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에 올랐다. 작년에 끌어올린 애버리지를 올해도 유지하고 있다.
오재일도 넥센과 두산을 거치며 2015년까지 단 한 시즌도 100경기 이상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5경기서 타율 0.316 27홈런 92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박건우도 2015년에 처음으로 3할을 돌파한 뒤 2016년에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132경기서 타율 0.335 20홈런 83타점.
오재일과 박건우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 작년 애버리지 상승이 우연이 아니란 걸 입증한 김재환과는 달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보통 현장에선 향상된 애버리지를 3년 정도 꾸준히 지켜야 진짜 그 선수의 능력이 상승했다는 말을 한다. 그런 점에서 오재일과 박건우에게 올 시즌 초반은 위기이자 또 다른 시험대였다.
오재일의 4월 성적은 타율 0.195 1홈런 11타점이었다. 5월이 끝난 순간에도 타율 0.224 4홈런 21타점에 불과했다. 2군도 경험했고, 1군에서도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불안한 신분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좋았던 타격 밸런스, 감각을 완벽히 잃었다.
박건우의 시즌 초반은 더욱 처참했다. 4월까지 타율 0.191 1타점이었다. 2군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규정타석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잔부상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냈다. WBC를 치른 후유증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박건우는 엄청난 대반전을 일궜다. 5월 타율 0.341 2홈런 16타점, 6월 타율 0.367 4홈런 16타점, 7월 타율 0.412 5홈런 16타점, 8월 타율 0.429 3홈런 13타점, 9월에도 타율 0.400 5홈런 13타점.
부진의 골이 좀 더 깊어졌다면, 자연스럽게 기회를 받지 못해 규정타석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박건우는 이후 타율을 쭉쭉 끌어올려 김선빈(KIA)에 이어 리그 2위(0.365)까지 치고 올라왔다. 역대 타격 2위 타자들 중 가장 드라마틱한 페이스. 19일 부산 롯데전서 사구로 교체됐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오재일은 박건우와는 달리 시즌초반 극심한 슬럼프 탈출 이후에도 약간의 업-다운이 있었다. 그래도 타율을 0.313까지 올렸다. 어차피 오재일의 진정한 능력은 홈런과 타점으로 평가된다. 19일 부산 롯데전까지 최근 10경기서 타율 0.500 8홈런 19타점으로 대폭발했다. 시즌 25홈런 82타점으로 지난해 지난해 기록에 근접했다. 김재환, 닉 에반스에 이어 팀 내 홈런, 타점 3위.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한 타자가 시즌 중반 치고 올라오는 경우는 적지 않다. 수준급 타자라면 자신의 애버리지를 찾는 과정인 셈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 부진한 선수가 직전 시즌 이상, 혹은 그 수준으로 반전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즌 중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고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박건우와 오재일은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 애버리지 상승을 입증한 김재환을 보며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기록, 숫자를 잊고 매 타석 투수와 싸워라"고 말한다. 하지만, 선수도 사람인 이상 자신과 동료의 각종 숫자를 아예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박건우와 오재일은 역대 가장 드라마틱한 애버리지 상승을 입증한 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내년에도 이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면 주변에선 완전히 두 사람을 인정하고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이미 두산 타선은 두 사람의 에너지 회복으로 짜임새를 상당히 끌어올렸다. 두산으로선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기분 좋은 일이다.
[박건우(위), 오재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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