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소극적이네.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DB의 시즌 초반 돌풍. 이상범 감독이 두경민, 디온테 버튼을 중심으로 공수 시스템을 최대한 단순하게 짰다. 지시를 최소화하면서 선수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게 독려했다. 결과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중시했다.
서민수, 김영훈, 김태홍 등 주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부담 없이, 자신 있게 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실전서 그들의 잠재력을 터트리고,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이 감독 고도의 용병술. 개막 5연승으로 이어졌다. 승수를 쌓으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감독은 지난달 31일 현대모비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일본에서 고교, 대학 인스트럭터를 하면서 느꼈다. 선수들에게 말을 많이 하고, 뭘 많이 주문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SK전서 패배한 이후에도 "잘했다. 슛이야 안 들어갈 수도 있다"라고 했다.
SK전은 완패였고, 모비스전은 4쿼터에 무너졌다. 외곽슛 사이클이 떨어지면서, 상승세가 끊겼다. 멤버구성을 감안할 때 개막 5연승이 이례적이었다. 다른 팀들이 DB의 시스템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KCC, 삼성, 전자랜드 등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정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젠 상황이 달라질 조짐이다. 다른 팀들이 서서히 DB를 파악하면서, DB 시스템을 마비시키기 위한 카드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전 완패의 근본적 원인은 외곽슛 난조와 턴오버였다. 자세히 보면 1-3-1 지역방어에 고전했다.
유재학 감독은 "동부의 중심은 버튼이다. 버튼을 막기 위해 지역방어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버튼은 외곽슛 능력이 있다. 그러나 위협적이지는 않다. 이종현의 1대1 수비 약점을 적절히 메우면서, 버튼을 중심으로 한 DB 특유의 많은 활동량과 양쪽 45도 지점의 외곽포를 막기 위한 전략.
현대모비스는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양동근의 공격력마저 대폭발, 4쿼터에 DB를 손쉽게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4쿼터에 두경민이 다소 우왕좌왕했다. DB의 또 다른 약점까지 노출된 경기였다. 다른 팀들도 현대모비스전을 참고할 게 뻔하다.
DB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상대는 DB를 파악하고 맞춤형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DB는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기 쉽지 않다. 전력이 그렇다. 그런데 아직 1라운드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성장시켜야 한다.
DB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경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버티기, 즉 일종의 맷집 키우기가 중요한 시기다. 무너지더라도 최대한 버텨내면서, 갖고 있는 전력만큼의 성적을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리빌딩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감독은 "SK전서 지면서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데 슛이 들어가지 않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위축되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개막 5연승 기간의 활기찬 분위기를 찾겠다는 의도.
물론 그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공수 시스템의 세부적인 롤을 조정하고, 대응하는 건 이 감독의 몫이다. 상대의 변화에 하던대로만 할 수는 없기 때문. 이 감독은 "버튼은 볼 없는 농구에 신경 써야 한다. 볼을 길게 끌고 화려한 것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개개인의 문제점부터 개선시키겠다는 의지.
다만, 선수 개개인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전략, 전술의 조정도 큰 의미가 없다. 활기찬 컬러, 풍부한 활동량을 유지해야 신이 나서 어떤 변화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이 감독 생각이다. 때문에 DB는 깨져도 위축되지 않고 활기찬 농구를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맷집을 키워야 한다. 이 감독은 "주춤하거나 위축되면 안 된다. 계속 과감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DB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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