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일본 도쿄 안경남 기자] 냉정히 말해 신태용호는 지금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2018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당장의 동아시안컵 성적이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금 못하는데 다음에는 잘하겠냐는 푸념 섞인 목소리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너무도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지난 11월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신태용호에게 비난보다 응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어차피 협회에서 월드컵까지 가기로 결정한 이상, 힘을 실어 주는 것이 낫지 않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표팀을 밖에서 지켜보는 팬들에게 이 말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안에서는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은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실전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라고 다르지 않다. 동아시안컵이 열리는 일본 도쿄에서 대표팀을 취재하고 있지만 언론에 공개되는 훈련 시간은 단 15분이다. 그것도 스트레칭과 런닝으로 몸을 푸는 모습이 전부다. 세부 전술 훈련이 시작되면 장막이 쳐지고 결과는 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대표팀이 말하는 과정은 이해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을 두고 인내해야만 한다. 흔히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예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다. 한 때 오대영(0-5) 감독으로 불렸던 그도 과정에서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사상 첫 4강 진출이란 결과로 모든 걸 설명했다.
다만 히딩크는 매우 특별한 사례다. 15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선수단을 오래 동안 소집할 수도 없고 홈에서 하는 어드밴티지도 누리지 못한다. 또 대표팀의 주축이 되는 유럽파들도 손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무작정 히딩크를 비교할 수는 없다.
심지어 당시의 기억은 너무도 쉽게 잊혀지곤 한다. 누구나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결과가 나오면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그것이 축구를 소비하는 팬들의 솔직한 반응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대표팀 안팎을 둘러싼 공기가 너무도 다르다는 점이다. 사실상 2군이 출전한 중국전 2-2 충격적인 무승부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55계단이 낮은 북한을 상대로 자책골 승리를 거두고도 만족하는 신태용 감독의 모습이 팬심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물론 과정이란 틀 안에선 신태용 감독의 발언이 맞기도 하다. 그들이 세운 큰 그림 안에서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보여준 플레이는 완벽이란 단어와 결합될 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이 과정이기에 밖에서는 읽을 수 없는 코드일 뿐이다.
어차피 스포츠는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히딩크가 그랬듯, 신태용 감독이 걷는 이 길이 지금은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6개월 뒤 러시아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호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일궈낸다면 지금의 과정은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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