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이제부터는 체력전이야."
DB 이상범 감독은 최근 "예전에는 4라운드 중반부터 체력전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지금부터다. 이젠 정말 한 발 더 뛰는 팀이 살아남는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두 차례 국가대표팀 A매치 휴식기가 포함됐다. 화요일 일정이 1경기서 2경기로 늘어나면서 전체 일정이 좀 더 빡빡해졌다.
3라운드 중반. 10개 구단이 핵심 공수패턴, 시스템을 서로 노출했다. 물론 조금씩 보정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큰 틀에서 시스템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 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상범 감독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에는 처음부터 뛰는 농구를 하기로 했다. 힘든 게 눈에 보이지만,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DB는 두경민 정도를 제외하면 시즌 평균 1~20분 이상 출전한 선수가 거의 없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엔트리 전원을 충분히 활용, 교체 폭을 넓혀 체력전에 대비했다.
그래도 빡빡한 일정 속에 어쩔 수 없이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최근 각 팀 경기력을 보면 시즌 초반보다 떨어진 모습이 보인다. DB 역시 특유의 빠른 공수전환에 의한 과감한 외곽공격, 전원 가담하는 공격리바운드의 빈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하락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안고 가야 한다. 딜레마다.
이 감독은 최근 더욱 선수를 자주 교체한다. 그러면서 특유의 공수시스템은 최대한 그대로 가져간다. 윤호영이나 김주성의 출전시간도 최대한 지킨다. 버티기 싸움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젊은 두경민과 디온테 버튼이 중심을 잡으면서 어떻게든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는다. 23일 오리온전도 그랬다.
오리온 역시 24일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 포함 최근 10일간 5경기 빡빡한 일정이다. 올 시즌 기존 멤버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체력전으로 승부를 건다. 지역방어, 하프코트 프레스, 심지어 존 디펜스 프레스까지 실시한다. 가동 멤버가 줄어들면서 어떻게든 4쿼터에 승부를 걸기 위해 애쓴다.
접전이었다. 그러나 객관적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DB는 초반부터 패스 실수가 잦았다. 공을 잡아줄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졌기 때문. 그래도 두경민과 버튼이 연계플레이를 하면서 스스로 해결도 하는 특유의 치고 받는 농구로 버텨냈다. 하지만, 오리온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오리온은 다양한 수비와 속공과 지공을 적절히 섞는 공격으로 맞섰다. 그러나 야투율이 떨어졌다. 자유투도 많이 놓쳤고, 골밑에서 손쉬운 슛도 적지 않게 놓치면서 끌려갔다. 하지만 3쿼터 초반 DB가 잇따라 실책을 쏟자 버논 맥클린, 저스틴 에드워즈의 연계플레이를 앞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DB는 김주성, 오리온은 최진수가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DB는 4쿼터 초반 6점차까지 뒤졌다. 그러나 두경민이 힘을 냈다. 윤호영이 엔드라인 밖으로 나가는 볼을 걷어냈고, 두경민의 손을 거쳐 김주성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두경민은 로드 벤슨의 덩크슛, 김태홍의 3점포, 속공 레이업슛을 연이어 지원했다. 경기종료 7분32초를 남기고 다시 역전. 첫 번째 고비를 넘긴 순간이었다.
이후 윤호영, 벤슨, 김주성으로 이어지는 연계플레이, 윤호영의 패스를 받은 두경민의 컷인 득점이 나오면서 스코어를 벌렸다. 그리고 경기종료 4분15초전 맥클린이 좌중간에서 스핀무브를 할 때 팔꿈치로 벤슨을 쳤다. 오펜스파울.
오리온은 맥클린을 빼고 에드워즈를 넣어 스몰라인업으로 승부를 걸었다. 효율적인 공간활용으로 점수를 만들었다. 이후 두경민과 에드워즈가 3점포를 한 차례 주고 받았다. 버튼은 높이가 낮아진 오리온 골밑을 장악, 득점인정반칙으로 3점 플레이를 잡았다. 그리고 1분57초전. 두경민이 좌중간의 김주성에게 공을 전달, 김주성이 3점포를 터트렸다. 오리온 2-3 지역방어를 깨면서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결국 DB의 93-86 승리. KCC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두경민이 24점, 버튼이 22점으로 맹활약했다.
처절한 체력전서 DB가 웃었다. DB는 악전고투 속에서 힘을 짜내고 있다. 두경민과 버튼이 중심을 잡고 후반에 집중하는 김주성과 윤호영이 철저히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힘이 떨어져도 여전히 승부처서 강한 이유다. 날카롭고 끈끈했다. 물론 오리온도 잘 싸웠다. 막판 승부처에 힘이 떨어진 건 어쩔 수 없는 전력 한계다.
[두경민.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