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프링캠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올 시즌 KIA 타선의 기본골격은 지난 시즌과 같다. 3할 타자를 7명이나 배출했다. 각종 신기록과 진기록을 양산,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당연히 올 시즌에도 그 틀을 바꿀 이유가 없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일찌감치 팀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묘수를 구상했다. 야구는 애버리지가 지배한다. 작년에 7명이나 3할을 쳤다고 해서 올 시즌 또 다시 7명씩 3할을 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사령탑은 항상 만약,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2번 로저 버나디나, 3번 김주찬 타순은 의미 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이명기의 체력이 떨어지면 김선빈이 2번에 들어가고 김주찬이 톱타자로 올라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버나디나는 지난해 2번에 배치된 적이 없었다. 톱타자로 시즌을 출발한 뒤 슬럼프를 거쳐 3번타순으로 옮겨 대폭발했다. 지난해 KIA 주전 2번타자는 김주찬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두 사람이 타순을 맞바꿀 때의 효과에 주목했다.
일단 버나디나가 2번으로 올라오면 발 빠른 이명기와 테이블세터로 결합한다. 둘 다 좌타자다. 경기 후반 좌완 릴리프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기는 지난해 좌투수에게 타율 0.293 2홈런 9타점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버나디나도 타율 0.311 7홈런 33타점으로 우투수(0.333 20홈런 70타점)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발을 지닌 버나디나가 이명기가 출루한 뒤 병살타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김주찬도 발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나이가 적지 않아 예전만큼의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김주찬은 2번 이상으로 3번타자 경험이 풍부하다. 정교한 타격 스타일에 한 방도 보유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상대가 우완 선발투수를 넣을 때 버나디나 2번-김주찬 3번 조합을 적극 밀어불일 듯하다. 실제 25일 광주 kt전 1회말에 대성공을 거뒀다. 1사 후 버나디나가 주권의 초구를 공략,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김주찬의 좌중간 2루타 때 단숨에 홈까지 쇄도했다. 당시 좌익수 강백호의 실수가 섞였다. 그래도 버나디나의 주력과 김주찬의 클러치능력이 돋보였디.
시즌 중반 이후 이명기의 체력저하에 대비, 김선빈이 2번으로 올라오고 김주찬이 톱타자로 올라가는 시나리오도 버나디나에 대한 신뢰가 크다는 증거다. 김 감독이 상황에 따라 버나디나의 타순을 적극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김주찬-김선빈 테이블세터가 구성되면, 이명기는 하위타선으로 내려가면서 버나디나가 3번에 들어가야 한다. KBO 적응을 마친 버나디나는 2번이든 3번이든 문제가 없다.
김 감독은 "어차피 타순은 1회에만 2번 타자, 3번 타자다. 그 이후에는 매 이닝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타순 변화가 큰 의미는 없으니 누구든 경기 상황에 따라 타격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대야구에선 3번타자만큼 강한 2번타자가 주목 받는다. 확률상 2번타자가 3번타자보다 한 번이라도 더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시즌 버나디나와 김주찬의 활용법에 따라 KIA 타선의 시너지 효과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버나디나(위), 김주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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