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박칼린이 배우로 돌아왔다. 앞서 뮤지컬 '시카고' 음악감독으로 작품에 참여했던 그는 이번엔 뮤지컬 '시카고' 속 벨마 켈리 역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뮤지컬 '시카고'는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이 만연하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배우 벨마 캘리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코러스 싱어 록시 하트가 살인사건으로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박칼린은 "'시카고'는 배우로서 내가 하고싶은 리스트에 없었다"면서도 "너무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을 하게 돼 재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디션 의뢰가 왔을 때 그들도 생각 없이 질문한게 아닐 것이니 최대한 노력을 해서 한 번 해보자 했다. 오디션에 떨어져도 최선을 했기 때문에 후회 없을 거고 되면 열심히 하는 거고"라고 밝혔다.
"'시카고'는 하고 싶었던 작품 리스트에 없었어요. 춤이 부담스러웠던 건 아니에요. 평생 춤을 안 췄던 것도 아니거든요. 한국 무용도 했고 어릴 때 발레도 하고 그 사이에 탭도 했고, 스포츠 댄스도 하고, 마샬 아츠도 했고 몸 쓰는 것은 다 했어요. 몸을 안 썼던 것은 아니죠. 하지만 이렇게 춤이 돋보여야 되는 작품 속에 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박칼린은 앞서 음악감독으로 '시카고'에 임했던 때와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각자의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분리해야 하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
"지금은 배우 일만 해야 되는 거니까 배우로만 있는 것"이라며 "지시 받고 디렉션 받고, 나는 내 캐릭터 분석하고 외워서 오고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음악 감독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 배우로서 말을 잘 듣는 건 있어요. 내가 스태프일 때도 나름대로 파악해서 끌고 가는 건데 뭔가 다르게 계속 뭘 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작품에 불필요한 것들이 많아지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형처럼 '이거 만들어주세요'는 아니지만 제작진과 계속 조율하면서 일단 듣는게 제일 중요하죠."
제작진을 전적으로 믿고 가기 때문에 그는 제작진의 말에 더 귀 기울인다. 노트(연출이 배우에게 전달하는 보완 사항 및 수정 사항)가 없으면 서운할 정도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오해가 엄청 많아요. 스태프를 해왔기 때문에 더 잘 알죠. 디렉션을 안 주면 잘 했기 때문이거나 포기를 하거나인데 어떤 경우든 별 생각을 다 하게 되는 거예요. 작품을 더 잘 알고 끌고 가는, 나를 만들어 주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거에 부응하려고 하는 마음이 커요. "
박칼린은 배우로서 참여하며 벨마 캘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음악감독으로서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도 다시 설명을 들으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불편했던 부분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역할과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박칼린은 벨마 캘리와 완전히 반대되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공감 가는 것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난 완전 정의파"라고 밝힌 그는 벨마 캘리 캐릭터 자체와는 동떨어진 성격이라고 했다.
"연기자로서 최대한 엇비슷한 것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런 포인트들을 찾아 흡수하려 했죠. 벨마는 끝까지 살아남는 강인함이 있어요. 계속 창피 당하고 우습게 되어 안스럽지만 계속 살아남고 언론을 이용하죠. 언론에 당하고 록시한테 당해도 그걸 이용해서 마지막에 '감사합니다' 하는 모습이 정말 강인하죠. '네 스스로 살아 남아야지' 할 때 그래서 더 공감이 돼요."
'시카고'는 그의 배우 인생에서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작품이지만 그는 이제 배우로서 점점 '시카고'에 녹아들고 있다. 인정 받은 작품이기에 제작진과 작품 자체에 대한 믿음은 충만하다.
그는 "시카고'는 워낙 인정 받은 작품이지 않나"라며 "사실 10여년 전에 저 스스로도 이게 한국에서 잘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흔히 알고 있던 4대 뮤지컬 같은 스타일이 아니니까. 근데 살아남을 이유가 있을 거다"고 설명했다.
"이게 작품의 힘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관객들이 작품을 갖고 갔으면 좋겠어요. 한명의 배우가 무대에 서기까지 작가, 작곡가, 연출가, 조명, 의상, 헤어, 무대 디자이너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는데 그런 전체적인 작품 자체를 다 담아 갔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시카고'. 공연시간 150분. 오는 8월 5일부터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박칼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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