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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돌부처’ 오승환(콜로라도)이 웃었다. 세인트루이스 팬들이 보내준 박수와 환호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이색적인 장면이었다.
오승환은 31일(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2018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 ⅓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공은 17개 던졌다. 트레이드 전 포함 10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친 오승환의 평균 자책점은 2.63에서 2.55로 낮아졌다.
오승환은 콜로라도가 4-4 동점을 허용한 7회초 2사 1, 2루 상황서 타일러 엔더슨-스캇 오버그에 이어 팀 내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이 마운드에서 몸을 풀자,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상대팀 선수인 오승환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지난 시즌까지 함께한 투수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환호였을 터.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왔던 오승환도 이 순간만큼은 잠시 동안 미소를 지었다.
한국, 일본을 거치며 최정상급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오승환은 2016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세인트루이스와 1+1년 계약에 합의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게 된 것.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오승환은 2016시즌 필승조를 거쳐 트레버 로젠탈을 제치고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투수 자리까지 꿰찼다. 메이저리그 데뷔시즌 기록은 76경기 6승 3패 19세이브 평균 자책점 1.92. 2017시즌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승환은 2시즌에 걸쳐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구위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해보였다.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오승환은 2018시즌에 앞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했고,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었다. 31일은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를 떠난 후 처음 부시 스타디움을 찾은 날이었고,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비록 적이지만 한때 팀의 일원이었던 오승환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오승환이 첫 상대한 타자는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야디에르 몰리나였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오승환은 몰리나의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하며 위기상황을 매듭지었다. 오승환은 이어 8회말에도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틀어막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비록 콜로라도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5로 역전패했지만,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첫 선을 보였던 팀의 홈구장을 찾아 박수를 받은 후 투구를 펼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오승환에게도 생소한 경험 아니었을까. 덕분에 관중들과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돌부처’의 흔치않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오승환. 사진 = AFPBBNEWS]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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