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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TV 속 예능 프로그램이 가상 중매 장소로 자리 잡았다. 몰입을 높이고 단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부여됐던 하나의 장치, '러브라인'의 정도가 이젠 지나치다. 억지 '썸'을 넘어서 '신붓감'까지 찾는 모양새가 포화를 이뤘다.
통상적으로 일컫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성 스타들이 예능에 출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여성 연예인과의 '썸'이다. 다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흘러나오는 기류가 아닌, 미리 설정해놓은 틀에 맞춰 삽입되는 서사라는 점이 눈에 띄게 명확하다.
어느 순간부터 가수 김종국의 이름 옆에는 홍진영의 이름이 나란히 붙게 됐다. SBS '런닝맨'에서 이어진 러브라인이 '미운 우리 새끼'로 옮겨져 정점을 찍은 것. 지난 6월 함께 방송에 나온 하하와 양세찬은 홍진영과 또 다른 상대 송지효를 언급하며 '결혼 상대 선택' 답변을 유도했다. 성향 비교까지 서슴지 않으며 다소 민망한 상황을 설정하기까지 이르렀다.
51세의 김건모와 47세 박수홍은 어떠한가, 그들의 철없는 행동이 강조될 때마다 '아내가 필요한 이유' 등의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김건모는 최근 결혼정보회사 방문기까지 공개됐다. 서장훈 또한 각종 방송에서 수많은 여성 연예인과 엮인 대표 러브라인 제조기다.
방송 속 러브라인 유도는, 함께 출연한 여성 연예인들을 '동료' 대신 '여성'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당사자들은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얼굴을 붉히는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혹여나 상대로 지정된 여성 연예인이 거절 의사라도 밝히면 '차였다'는 자막과 함께 '충격', '슬픔' 등의 감정을 묘사하는 이모티콘이 대거 꾸며진다.
더 나아가 출연진은 러브라인이라는 이유로 상대 여성의 의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좋은 신붓감', '아내의 자격' 등을 자유롭게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의 장점을 과하게 부각시키기도 하며 돌연 단점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남성 연예인들과 함께 해야 할 아내는, 그들의 자유분방한 행동들을 커버하고 돌보아야 하는 존재로까지 그려진다. 충분한 독립성을 지닌 여성 연예인들이 졸지에 '대상화'가 되는 순간이다.
이는 또 하나의 '꼬리표'가 됐다. 실제 연애를 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파급력이다. 한 프로그램에서 소위 '대박' 러브라인이 터지면 타 프로그램으로까지 번져 손쉽게 발굴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간편한 소재로 일차원적인 시선 몰이를 하려는 예능가는 시선을 달리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현 사회에서 '결혼' 상대 탐색 소재의 장기화는 썩 매력적이지 않다.
[사진 = SBS 방송화면, JTBC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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