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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암수살인’은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고, 형사의 집념을 다뤘다. 모두가 잊었거나, 잊고 있는 살인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형사의 집념=암수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을 일컫는다. 영화는 15년 형을 받고 복역중인 살인범(주지훈)이 사건 발생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추가 살인을 자백하고,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자백을 토대로 진실을 파헤치는 한 형사(김윤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살인의 추억’ 역시 198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을 조명했다. 지방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서울형사 서태윤(김상경)은 모든 지식과 체력을 총동원해 범인 색출에 나선다.
‘살인의 추억’은 실제 범인을 잡지 못했고, ‘암수살인’은 범인은 검거했지만 그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두 영화 속 형사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범인 또는 사체를 찾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그들의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시스템의 무능력=‘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된 1980년대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이었다. 경찰병력이 데모 진압에 동원되느라 범인 검거에 차질을 빚었다. ‘암수살인’의 형사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암수살인보다 눈앞에서 실적을 올릴수 있는 사건을 맡는 것이 승진에 유리한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피해자 중심의 수사’가 아니라 ‘시스템 중심의 수사’다. 시간이 흘러도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불합리한 시스템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피해자만 더 늘어날 뿐이다.
사회적 경각심의 환기=27일 한 네티즌이 "저는 영화 '암수살인'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의 아들입니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앞서 한 유가족이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는 글이다.
어머님의 실종 이후 힘든 삶을 살았던 이 네티즌은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 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래서” 2012년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는 방법은 사회적인 관심입니다"라고 주장하며 영화 개봉을 응원했다.
‘살인의 추억’ ‘암수살인’은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다. 자신의 아픔을 드러낸 유가족이 응원하는 이유다.
[사진 = 싸이더스,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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