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선수단에 던진 메시지일까. 한용덕 감독이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라며 베테랑 송광민을 전력에서 제외했다. 시사하는 바가 큰 일련의 변화였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홈경기에 앞서 송광민을 1군에서 제외했다. 송광민을 대신해 김태연이 1군에 등록됐다.
경기를 소화하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송광민은 시즌 중반 옆구리, 종아리 통증으로 결장했던 기간이 있었으나 심각한 수준의 부상은 아니었다. 최근 안고 있던 발가락통증 역시 직접적인 이유라고 볼 순 없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한용덕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누구나 개인적인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팀이 쌓아둔 것에 위배되는 생각,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송광민을 1군에서 제외한 배경에 대해 전했다. “선수단에 메시지를 던진 것 같다”라는 게 한화 측의 해석이다.
송광민은 팀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축자원이다. 3번타자 역할을 주로 맡으며 113경기에 출전, 타율 .297(434타수 129안타) 18홈런 79타점으로 활약했다. 결승타도 8개 만들었고, 이는 제라드 호잉(14개)에 이어 팀 내에서 2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이성열 역시 송광민과 더불어 8개의 결승타를 기록했다.
중심타선의 또 다른 축이 제외됐다. 이미 ‘가을야구’에 대비, 김태균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1군 말소시킨 한화로선 전력에 또 다시 타격을 받게 된 모양새다. 3위 한화는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았다. 2경기차 4위 넥센 히어로즈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고, 쉽지 않다 해도 아직 플레이오프 직행에 대한 희망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한용덕 감독은 3번타자이자 3루수인 송광민을 잔여경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트시즌 투입 여부에 대해서도 “그때 가보면 알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한용덕 감독과 송광민이 시즌 내내 평행선을 달렸던 것은 아니다. 송광민은 일본 전지훈련에서 수염을 기르고 있는 한용덕 감독에게 직접 면도기를 선물했고, 한용덕 감독 역시 이 에피소드를 전할 때마다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쳐서 부진한 시기도 있었지만, (송)광민이 덕분에 건진 경기가 적지 않았다”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상기류는 최근 들어 형성됐다. 송광민은 한용덕 감독의 팀 운영방식에 불만을 표출했고, 결국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통해 송광민을 1군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매 경기에 앞서 진행되는 감독 인터뷰, 이를 거쳐 보도되는 기사를 통해 감독의 의사가 선수에게 잘못 전달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한용덕 감독은 시즌 막판 잔여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주축선수를 전력에서 제외했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의 의사를 확고히 전했다.
한용덕 감독은 전지훈련부터 시즌을 치르는 내내 자신만의 명확한 철칙을 고수해왔다. “키버스 샘슨은 내가 본 외국인투수 중 최고”라는 말로 선수의 기를 살려줄 때도 있었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볼질’이다. 그렇게 승부하면 2군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선수에 대해선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모두 팀을 위해 취한 조치였다.
송광민의 2군행도 결국 “개인보단 팀이 먼저”라는 한용덕 감독의 철칙이 반영됐기 때문에 발생한 일련의 변화였다. ‘11년만의 가을야구’를 앞둔 구단 입장에서는 난해한 문제지만, 한용덕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설령 송광민의 공백이 순위싸움, 더 나아가 ‘가을야구’에 악영향을 끼친다 해도 한용덕 감독은 ‘팀의 기강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진 셈이다.
[한용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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