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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신소원 기자] 배우 이나영의 고뇌가 느껴지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기자 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이나영의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시선이 쏠렸던 '뷰티풀 데이즈'가 첫 선을 보였다.
이나영은 그동안 쌓아왔던 도시적인 이미지를 과감히 내던지고 탈북 여성으로 분했다. 2017년 한국을 배경으로 1997년 중국까지, 시간을 거슬러 이름도 나오지 않는 탈북 여성으로 분한 이나영은 104분 러닝타임 내내 인생의 고난과 희생을 보여준다.
대사는 많지 않다. 이나영은 탈북 여성으로서 북한 말투와 중국어를 소화하는데 말보다는 많은 것들을 눈빛으로, 호흡으로 표현한다.
탈북 여성의 남편(오광록)은 아들 젠첸(장동윤)에게 엄마의 주소를 알려주고 14년 만에 엄마를 만나러 간다. 낯선 공간에서 진한 화장을 하고는 낯선 남자들에게 술을 따르는 엄마의 모습에 실망감이 가득하고, 급기야 "더러운 년"이라는 말까지 퍼붓는다.
시간은 2003년 중국으로 흐른다. 중국에서 조용하지만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탈북 여성의 시간. 아들 젠첸에게 엄한 엄마이지만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다른 보통의 집 풍경과 같다.
탈북 여성에서 어머니가 된 이 여성에게는 극 중 '이름'이 없다. 고요함 속에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 여성에게 감독은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마담B', '레터스' 등을 연출하고 첫 상업 영화로 '뷰티풀 데이즈'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은 어디에서도 일어날 법한 탈북 여성의 삶을 이름없는 한 여성으로 표현했다.
'뷰티풀 데이즈'라는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극이 흐르는 동안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시간을 거슬러가는 흐름 속에 안타까움의 탄식을 내뱉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혈연의 책임감과 무게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잠시나마 보여준다.
탈북 여성은 드디어 가족을, 행복을 찾은 것일까. 탈북 여성의 뷰티풀 데이즈는 온 것일까.
[사진 = 콘텐츠판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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