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퍼스트맨’은 장엄하게 빛나는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아니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 서사도 없다. 이 영화는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수행하는 한 인간의 경이로운 달 착륙 드라마다.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은 아폴로 11호 발사 직전 기자회견에서 달에 무엇을 가져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연료나 더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이는 당시 달 탐사가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닐 암스트롱의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사다. 많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고장과 준비 부족으로 희생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닐 암스트롱은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전진한다.
딸을 잃고, 동료의 죽음을 목도하고, 우주선 화재사고가 수시로 일어나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의 종교적 수준의 침착함을 유지하며 미션을 완수한다. 닐 암스트롱은 상처를 끌어 안았고, 희생을 감수했으며, 슬픔을 안으로 삭혔다.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닐 암스트롱을 통해 관객에게 달 참사를 체험시킨다. 밀실공포증을 유발하는 우주선 안에 갇혀있는 듯한 시점쇼트가 많은 이유는 관객을 아폴로 11호에 태워 함께 달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10여일간의 비행 끝에 답답한 우주선 출입구를 열고 달에 내리는 순간, 65mm IMAX 카메라로 달과 우주를 담아낸 장면은 ‘퍼스트맨’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발을 내딛는듯한 전율이 고스란히 밀려오는 명장면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최초의 달착륙’에 덧씌워진 신화적 이미지도 벗겨낸다.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것이 타당하냐는 정치권의 논란부터 우리는 굶어가고 있는데 달 탐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빈민층의 반대에 이르기까지 아폴로 11호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으로 격렬했던 사회 분위기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라라랜드’에 이어 또 다시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호흡을 맞춘 라이언 고슬링은 열정과 헌신, 책임과 의무 사이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았던 닐 암스트롱을 탁월하게 연기했다. 남편의 무사귀환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끝까지 도와주는 아내 역의 클레어 포이의 존재감은 자칫 한 캐릭터에만 쏠릴 수 있는 영화에 균형감을 잡았다.
우리는 매일 달을 보며 살지만, 달에 착륙하기 위해 고난을 이겨낸 닐 암스트롱을 생각하지 않는다. ‘퍼스트맨’ 이후에 달을 보면 닐 암스트롱이 떠오를 것이다.
[사진 제공 = UPI]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