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넥센 타자들의 행보는 참 희한하다. 정규시즌도 그렇고, 포스트시즌서도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5안타 3득점에 그쳤다. 4차전 역시 6안타에 그쳤으나 남다른 응집력으로 8회말 쐐기 2득점을 올렸다.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다. 1차전서 11안타 8득점했다. 그러나 2차전서 5안타 1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3차전서 다시 반등했다. 7안타 3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안타, 주루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체력소모가 큰 포스트시즌서 타자들의 사이클이 한번 가라앉으면 다시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확실히 넥센 타선도 포스트시즌 8경기를 치르며 체력, 응집력이 떨어진 게 보인다. 장정석 감독의 믿음에도 박병호 등 일부 타자들의 부진이 심각하다.
그러나 결국 타자들이 꼭 잡아야 할 경기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내면서 아직도 시즌을 끌어간다. 유달리 덕아웃 분위기가 활기차고, 돌아가면서 영웅이 탄생하며, 벤치에서 누구나 착실히 준비한다.
눈에 보이는 넥센 타자들의 모습일 뿐이다. 알고 보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라운드가 아닌 기록지, 전광판, 덕아웃을 보면 알 수 있다. 장정석 감독은 포스트시즌서 거의 매 경기 라인업을 과감하게 흔든다.
장 감독은 데이터, 매치업, 타자들 개개인 컨디션, 시리즈 흐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적의 라인업을 구성한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타선을 크게 뒤흔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되자 변화의 폭을 크게 취한다.
이정후가 빠진 뒤 테이블세터와 5번 타자를 거의 매 경기 바꿨다. 그나마 제리 샌즈, 박병호의 3~4번 타순은 포스트시즌 7경기 내내 붙박이었다. 그러나 샌즈가 플레이오프 3차전서 처음 상대한 언더핸드 박종훈을 감안, 7번 타순으로 내려가면서 사실상 붙박이 타순이 사라졌다.
6번으로 출발한 김민성을 7~8번으로 내리고, 맹타를 휘두른 송성문을 2번과 5번에 번갈아 배치했다. 이정후가 빠진 뒤 김규민을 7번과 2번에 각각 놓았다. 한 방이 필요한 플레이오프 3차전서는 김규민 대신 고종욱을 기용했다. 심지어 김민성을 빼고 김혜성과 송성문을 테이블세터에 배치한 라인업도 내놨다. 서건창을 3번에 배치하기도 했다.
물론 변화가 항상 성공한 건 아니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서건창-김규민 테이블세터는 사실상 실패했다. 5번 타순에만 들어가면 타격이 풀리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구에 연구를 거쳐 변화를 추구하고, 흐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실 자체가 넥센을 벼랑 끝에서 건져내는 원천이다.
타자들은 경기 중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플레이오프 3차전의 경우 3~4회를 기점으로 SK 언더핸드 박종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타자들이 배터박스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기도 했다. 몸쪽 코스를 의식한 변화였다. 장 감독은 "내가 지시한 건 아니었다. 타자들과 강병식 타격코치가 상의해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눈에 보이는 활기찬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그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사령탑은 그라운드 밖에서, 타격코치와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변화를 준다. 재미도 봤고, 쓴맛도 봤지만, 이 무대까지 온 것만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시즌 내내 숱한 악재를 딛고 한국시리즈 문턱 직전까지 올라와 싸우는 넥센 타자들. 큰 무대를 누빌 자격이 충분하다.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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