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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선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DB 에이스 마커스 포스터는 5일 오리온전 2쿼터 4분48초전 최진수의 속공 골밑슛을 블록으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다쳤다. 중국월드컵 아시아예선 휴식기까지 돌아올 수 없다. 현재 DB 외국선수는 리온 윌리엄스 뿐이다.
그런 점에서 5일 오리온전 승리는 의미가 있었다. 3쿼터 역전 위기, 4쿼터 승부처서 포스터 없이 오리온의 추격을 따돌렸기 때문이다. 윤호영이 이승현을 완벽하게 묶었고, 리온 윌리엄스 역시 대릴 먼로와 대등한 승부를 했다.
여기에 김태홍의 결정적 3점포, 유성호의 공격리바운드와 적극적인 골밑 공략 등이 양념처럼 곁들여졌다. 이상범 감독도 "국내선수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포스터의 몫을 국내선수들이 분담하며 6강 싸움을 버텨나가야 한다.
전자랜드를 상대로 잘 싸우다 경기막판 윌리엄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패배했다. 그러나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장신포워드가 즐비한 SK를 연장 끝에 잡았다. 오리온전 포함, 포스터 없이 2승1패. 나쁘지 않다.
한계는 분명하다. 윤호영 정도를 제외하면 DB 국내선수들의 경험, 기술은 타 구단 동 포지션 선수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국내선수 라인업 무게감은 더 떨어졌다. 포스터마저 이탈하면서 4쿼터 승부처 위압감이 크게 떨어졌다. 그나마 허웅과 김창모가 가세하면서 국내선수 로테이션 폭은 넓어졌다.
지난 시즌의 유의미한 경험과 학습효과, 각성이 곁들여지며 개개인이 조금씩 성장하는 건 맞다. 대표적 사례가 빅맨 유성호다. 유성호는 지난 시즌 3점슛을 세트슛으로 장착, 로테이션 핵심멤버로 거듭났다. 모비스, KGC 시절 가비지타임 멤버에서 환골탈태했다.
작년 11월20일 전자랜드전서 결승 버저비터를 터트린 이후 꾸준히 괜찮은 페이스다. 슛은 물론, 과감한 드라이브 인과 어시스트까지 선보인다. 쓰임새가 높아졌고, 팀에 작년보다 더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전자랜드전, SK전서 주춤했다. 그러나 오리온전서 유성호의 공헌은 높았다.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데뷔 처음으로 경기당 10분 넘게 뛰면서(12분42초) 4.7점 2.3리바운드 0.8어시스트.
DB는 식스맨의 딜레마가 없다. 이상범 감독 특유의 국내선수 로테이션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최소 10분, 적어도 7~8분 정도는 지켜보는 것이다. 실수가 있어도 절대 빼지 않는다. 개개인에게 '실수 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워주면서 기술 향상(정확히 말하면 잠재된 능력의 실전 표출)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유성호는 "드라이브 인과 패스를 할 줄 몰랐던 게 아니다. 원래 할 줄 알았는데 직전 팀들에선 실수를 한 번만 해도 교체됐다. 이상범 감독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심리적으로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유성호의 변화에 대해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팀에서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캐치하고 경기를 뛴다. 자신이 잘하는 리바운드를 적극성을 갖고 해주니 팀에 활력소가 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발목이 좋지 않지만, 내색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이 감독은 "참아주면서 하고 있는 걸 안다. 감독으로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유성호 케이스에 지난 시즌부터 지켜온 이 감독 원칙의 순기능이 투영된 셈이다. 작년 11월 20일 전자랜드와의 버저비터, 이후 심리적 자신감 향상이 컸다. 그러나 이 감독은 "그 전에 발목을 다쳐서 몇 경기 결장했는데, 그 전부터 좋아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포스터가 이탈한 지금, DB는 또 다른 유성호 케이스가 필요하다. 이 감독 특유의 믿음 로테이션의 순기능, 즉 역할 확대에 대한 효과를 실전서 표출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가 나와야 힘을 받을 수 있다.
후보는 수두룩하다. 슈팅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 후 연습을 마다하지 않는 신인 원종훈, KT에서 빛을 보지 못한 슈터 정희원, 올 시즌 역할 확대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진 이우정, 심지어 군 복무 후 달라진 팀 시스템에 적응 중인 허웅까지. (허웅은 SK전서 3점슛 5개 포함 26점으로 맹활약했다)
포스터 없이도 DB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감독은 "(포스터가 없는)지금이 국내선수들에겐 기회"라고 말했다. 유성호 케이스가 더 필요하다.
[포스터(위), 유성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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