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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은 빽도 줄도 없는 지방대 출신의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수료 0원의 실적으로 해고 직전의 처지에 몰린다. 막다른 골목에서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큰 돈을 만진다.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나 조일현을 옥죄면서 세 인물의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1988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스트리트’가 나온 이래, 탐욕의 거래에 휘말린 청년이 위기에 처하는 스토리는 영화계가 즐겨 사용한 소재다. ‘월스트리트’가 악명높은 금융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와 야망을 꿈꾸는 버드(찰리 쉰)의 대결에 초점을 뒀다면, 박누리 감독의 ‘돈’은 번호표, 조일현, 사냥개 캐릭터로 삼각구도를 만들어 경쾌한 속도감과 쫄깃한 긴장감이 도드라지는 범죄드라마로 탄생했다.
번호표는 끝없이 탐욕을 추구하고, 조일현은 탐욕의 단맛에 빠져들고, 사냥개는 탐욕에 단칼을 휘두른다. 각각의 인물은 교묘하게 법망을 벗어나고, 속절없이 덫에 걸려들고, 치밀하게 수사를 좁혀온다. 불법거래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들의 목표도 변화를 일으키며 흥미를 끌어올린다. 공매도, 프로그램 매매, 주식 브로커, 펀드 매니저 등 주식용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전개 방식도 장점이다.
류준열은 법을 두려워하던 순진무구한 모습부터 돈의 맛에 흠뻑 빠져 탐욕에 휘청이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유지태는 저 멀리 ‘올드보이’부터 최근의 ‘사바하’까지 비밀스럽게 판을 짜는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조우진 역시 ‘내부자들’ ‘강철비’ ‘마약왕’ ‘국가부도의 날’ 등에서 보아왔던 강렬한 이미지를 제대로 살려냈다.
‘돈’은 주식을 둘러싼 범죄드라마로도 흥미롭지만, 한 청년의 성장드라마로도 쏠쏠하다. 단지 돈을 벌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파멸 직전까지 내몰리는 조일현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보는 일은 누구나 그러한 솔깃한 유혹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월스트리트’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고든 게코의 “탐욕은 선이다”라는 말이다. 조일현도 탐욕이 좋은 것이라는 덫에 걸렸다.
당신은 그 덫에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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