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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벼랑 끝이었다. 잔여 3경기를 무조건 모두 이기고 7위 DB, 8위 KGC의 결과를 살펴봐야 하는 상황.
그러나 오리온의 최근 흐름은 너무 좋지 않았다. 수를 읽힌 조쉬 에코이언의 부진, 이승현-최진수-대릴 먼로의 완벽하지 않은 스페이스 게임까지. 이승현의 슛 난조는 최근 회복 중이다. 최진수도 서서히 3번에 적응하고 있다. 다만, 먼로는 시즌 초반보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격 정확성이 떨어졌다는 게 추일승 감독 진단.
그런데 변수가 또 나왔다. 일단 이승현이 10일 LG전 도중 왼 발목을 다치면서 컨디션이 떨어졌다. 등에 담 증세가 있었고, 회복하자 고질적으로 좋지 않던 발목이 말썽. 추 감독은 "돌아간 발목을 다시 돌려야 할 판"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그만큼 팀 사정이 급하고, 잘 풀리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최진수가 장염으로 결장했다. 지난 주말부터 좋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창원 원정에 동행하면서 컨디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서 박찬희가 빠졌다고 해도, 2위를 확정해 전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해도 전자랜드는 버거운 상대.
그런데 반전이 또 일어났다. 오리온의 전반 경기력이 최근 5~10경기 통틀어 가장 좋은 수준이었다. 최근 8경기 2승6패 과정을 보면, 대부분 1쿼터 스타트가 나빴고, 끌려가다 패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날만큼은 달랐다. 일단 맨투맨의 응집력이 남달랐다. 최진수마저 결장하면서 위기의식이 감돈 듯했다. 끈끈한 수비와 저돌적인 박스아웃,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까지. 여기에 추 감독은 전자랜드 기디 팟츠가 나오자 기습적으로 지역방어를 썼다.
추 감독은 조쉬 에코이언이 출전하면 지역방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3점슛 위주의 패턴이 읽혀 고전 중인 상황서 지역방어 적응, 그리고 상대 지역방어 어택까지 주입시키는 건 무리. 추 감독은 에코이언이 나올 때 스페이스를 넓혀 패스게임을 유도했고, 수비는 과감하게 지역방어를 섞었다.
그러자 전자랜드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오리온은 매치업 존 형태의 지역방어를 쓰다, 다시 맨투맨으로 돌리면서 전자랜드를 계속 당황시켰다. 전자랜드는 실책이 잦았고, 리바운드 응집력이 떨어졌다. 오리온은 속공과 얼리오펜스가 살아나면서 흐름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2쿼터에 허일영의 외곽포가 모처럼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에코이언이 어시스트로 팀에 몇 차례 공헌했다.
그러나 오리온이 축포를 터트리긴 일렀다. 14점 리드를 3쿼터에 단숨에 까먹었다. 전자랜드도 지역방어를 꺼냈다. 하프코트 부근에서 기습적으로 프레스를 붙은 뒤, 2-3 지역방어를 시도했다. 오리온은 정적인 움직임이 나왔다. 스크린을 걸지 않고 서서 공만 기다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결국 이때 찰스 로드의 골밑 공략, 기디 팟츠와 정효근 등의 외곽포가 곁들여지며 순식간에 1점차까지 따라 붙였다. 전자랜드의 저력을 감안할 때, 향후 흐름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오리온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승현이 3점포 두 방을 잇따라 터트리며 숨통을 텄다. 먼로는 리바운드와 특유의 베이스볼패스로 전자랜드의 순간적인 느린 수비 전환을 역이용했다. 김강선의 손쉬운 레이업슛. 이승현의 스틸과 속공까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건 이승현의 적극적인 공격 마인드였다. 추 감독은 이승현의 제대 후 공격 적극성이 떨어지는 걸 아쉬워했다. 야투가 좋지 않자, 슛을 던져야 할 타이밍에도 주저하면서 팀 오펜스가 흔들렸다는 것. 그러나 이날 이승현은 로드 수비, 적극적인 박스아웃, 리바운드, 스크린은 물론 공격 적극성도 돋보였다. 3쿼터 막판과 4쿼처 초반 소중한 득점을 올리며 리드를 이끌었다.
결국 오리온은 4쿼터 중반 스코어를 벌리면서 승리를 따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서 값진 승리였다. 82-69 승리. 이승현의 공격본능 회복, 수비와 속공이 살아난 게 컸다. 전자랜드는 상대적으로 어수선했다.
[이승현. 사진 = 고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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