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생각 못한 KIA 역전, 한승택이 해냈다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1-4로 끌려가던 KIA의 9회 역전을 생각한 이가 몇이나 됐을까.

KIA 타이거즈가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2차전에서 짜릿한 6-4 역전승을 거뒀다. KIA는 선두 SK의 7연승을 저지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KIA 타선은 이날 상대 선발투수 박종훈의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6회까지 류승현, 이창진, 김민식만 안타를 때려냈을 뿐 다른 타자들은 아예 타이밍 자체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KIA 마운드는 상대에게 4점을 헌납한 상황. 7회 2사 후 이범호가 솔로홈런으로 길었던 0의 행진을 끊었지만 8회초 서진용에게 9구 삼자범퇴를 당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KIA에겐 약속의 9회가 있었다. 선두타자 류승현과 최형우가 각각 사구와 안타로 1사 1, 3루의 밥상을 차렸다. 이범호가 희생플라이로 역전극의 서막을 알렸고, 이창진의 안타와 대타 문선재가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김기태 감독은 김민식 타석 때 우타 한승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승택은 SK 마무리 김태훈을 만나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2B2S을 만든 뒤 7구째 가운데로 몰린 143km 투심을 제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첫 홈런이자, 시즌 1호, KBO리그 통산 52호, 개인 1호 대타 만루홈런을 때려낸 순간. 9회말 KIA 마운드가 리드를 지키며 한승택은 영웅이 됐다.

한승택은 경기 후 “김태훈 형이 올라왔을 때 코치님이 준비하라고 하셨다”며 “대타를 많이 안 나가봐서 감이 좋은지 안 좋은지 몰랐는데 김태훈 형의 변화구가 좋은 편이라 낮은 공만 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한승택은 이어 “못 쳐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대타 경험도 많이 없어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노렸던 공보다는 실투가 들어왔고 그걸 자신 있게 돌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홈런은 한승택의 개인 두 번째 만루홈런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9일 삼상전에선 첫 만루포에도 팀이 패해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이날은 달랐다. 한승택은 “작년에 기분이 좋긴 좋았지만 팀이 져서 찝찝했다. 오늘은 그래도 내 만루홈런으로 팀이 이겨서 더 좋다”고 웃었다.

한승택은 이날 추격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긴 대졸신인 양승철과 포옹을 나눈 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빠져나갔다.

[한승택.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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