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팀 사정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느라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법도 하지만, 장민재는 의연했다. 그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내가 던진 경기에서 팀이 이긴 것에 만족한다”, “1살씩 (나이를)먹다 보니 야구에 대한 간절함도 커졌다”라 말하는 등 한층 성숙한 자세로 한화의 선발투수 전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애초 구상과 다른 라인업을 통해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초반을 치르고 있다. 내외야에 걸쳐 변수로 인한 공백이 많이 생겼다. 이용규는 한바탕 홍역을 앓은 끝에 전력에서 제외됐고, 하주석은 무릎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모두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선발투수 전력도 시즌 개막 직전 밑그림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김재영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김성훈, 박주홍은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선 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드러났다. 김성훈을 대체할 카드로 꼽혔던 김민우도 2군으로 내려갔다.
올 시즌 역시 토종 선발투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가 택한 자원은 장민재였다. 불펜에서 시즌을 맞이한 장민재는 한화가 토종 선발투수 전력에 변화를 준 4월 들어 선발투수 임무를 받았다. 장민재는 3차례 선발 등판, 2승 평균 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부응했다.
장민재는 지난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5⅓이닝 2실점(2자책) 역투를 펼쳐 한화가 4연패 사슬을 끊는 데에 밑거름 역할을 했다. 차선책이었던 데다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았지만, 장민재는 한화의 토종 선발투수 전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원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장민재는 “던지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왔지만, 이제 (팀이)20경기 치렀을 뿐이다. 계속 잘 던지고 싶다는 마음보단, 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다. 사실 처음 선발투수로 5이닝을 던졌을 땐 정말 힘들더라. 하지만 선발 역할을 계속 맡게 되다 보니 이제는 던지는 게 조금 수월해졌다”라고 말했다.
장민재는 또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14일 키움전에 대해 “공격적인 투구를 해서 볼넷을 주지 않았다. 최근 2경기 연속 사사구가 없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다만, 제리 샌즈에게 2루타를 내준 건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공 하나가 아쉬웠다. 조금 더 신중하게 승부했어야 했다. 그래도 내가 던진 날 팀이 이겼다는 데에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장민재는 스프링캠프부터 변수가 일어날 상황에 대비, 선발투수 준비도 틈틈이 하며 시즌을 기다렸다. 장민재가 갑작스럽게 선발투수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안정적인 구위를 보여주고 있는 원동력이다. 다만, 개막이 임박했을 당시 선발로 낙점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장민재는 이에 대해 “투수들의 보직은 감독님의 권한이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물론 마음속으로 선발 준비는 계속해왔고,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자리에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시즌에 류현진(LA 다저스)과 함께 운동을 소화해왔던 것도 장민재에겐 큰 자산이다. 한화 입단 직후 류현진과 선후배로 인연을 맺었던 장민재는 “나로선 메이저리거와 함께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궁금한 걸 물어보면 답변도 잘해주시고,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러닝하시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장민재는 이어 “(류)현진이 형이 최근 2년간 재활을 많이 하셨는데, 이 과정을 통해 느낀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해주신다. 나 스스로도 1살씩 (나이를)먹다 보니 야구에 대한 간절함도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장민재가 불펜을 지키다 갑자기 선발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장민재는 한화가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친 지난해 9월에도 선발로 나선 바 있다. 넥센(현 키움)과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에 선발 등판하기도 했다. 또한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기에도 유독 강한 SK를 상대로 표적 등판하는가 하면, 롱릴리프 역할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은 투수라는 의미다. 하지만 잦은 보직 변동은 투수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 썩 좋지 않다. 불만을 가질 법도 한 환경이다.
장민재는 이에 대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선발, 중간, 롱릴리프까지 할 수 있다. 지는 상황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투수에게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장민재는 이어 “그런데 공이 느려서 마무리는 안 될 것 같다. 마무리만 빼면 괜찮다”라며 웃었다.
선발투수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장민재의 목표는 공격적인 투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제일 안 좋은 게 볼넷 쌓이다 한 방에 무너지는 것이다. 나도 그랬던 기억이 있다. 안타 3개를 맞아도 1점 줄까 말까 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게 장민재의 설명이다.
모자 안쪽에는 ‘제구력이 살 길’이라는 문구도 새겼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6km인 장민재가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장민재는 올 시즌 총 2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5개의 볼넷만 내줬다.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장민재는 모자에 새긴 문구에 대해 “써놓긴 했는데 경기하다 보면 사실 잘 생각이 안 난다. 위기가 오면 막아야 하니 일단 예수님, 부처님부터 찾게 되더라”라며 웃었다.
[장민재.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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