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올 시즌 목표는 챔프전 우승이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작년 10월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내놓은 출사표였다. 현대모비스를 2014-2015시즌 이후 4년만에 통합 챔피언에 올려놓으면서, 자신의 말을 지켰다. 2018-2019시즌은, '만수' 유재학 감독의 역량이 또 한번 입증된 시즌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농구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현대모비스든 어느 팀이든, 누구든, 거침 없다. 지도자 생활 약 30여년간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정확히 꿰뚫어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발언 밑바탕에는 항상 '팩트'가 깔려있다.
유 감독이 시즌 목표를 '4강 혹은 6강 플레이오프'로 잡을 때는 실제 팀 전력이 그 수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엄살'이라고 말했고, 실제 발언 이상의 성적을 낸 시즌도 많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대 팀들의 미흡한 준비와 자멸이 스며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 시즌 준비상황을 보자. 시즌 전 라건아를 한국인으로 영입하면서, 사실상 외국선수를 3명 쓰는 효과를 누렸다. 그리고 전준범이 군 복무를 하게 되자 FA 시장에서 문태종과 오용준이라는 알짜배기를 영입했다. 여기에 양동근은 예년보다 확실히 떨어지지만 이대성이 성장했고, 박경상이라는 백업도 발굴했다. 섀넌 쇼터와 DJ 존슨은 실전서 검증 받아야 한다는 변수가 있었지만, 분명 예년보다 좋은 상황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쇼터는 대박, 존슨은 기대이하였다. 다만, 존슨은 어차피 핵심 전력이 아니었다. 예상대로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20점차 내외의 대승이 반복됐다. 라건아의 골밑 옵션에, 쇼터와 이대성을 앞세운 속공과 얼리오펜스까지. 유 감독의 시즌 전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라건아 위주의 골밑 옵션에 큰 비중을 두면서, 가드진의 역량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라건아가 골밑에서 매치업 상대에게 고전하면, 세트오펜스에서 떨어진 활동량이 팀을 정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잦은 턴오버로 상대에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KCC 이정현과 브랜든 브라운의 2대2에 취약한 부분도 드러냈다. 유 감독은 "브라운이 스크린을 걸고 골밑으로 들어가는 스피드가 정말 빠르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런 긍정적, 부정적 팩트들을 계속 곱씹으면서 팀을 변화시켰다. 2대2의 비중을 높여, 자연스럽게 내, 외곽의 활동량을 높였다. 이대성과 양동근의 역량을 좀 더 활용하면서, 다양한 옵션을 창출했다. 2대2 수비의 경우 가장 즐기는 파이트스루와 함께, 스위치를 적절히 사용했다. 그리고 존슨을 시즌 중반 아이라 클라크로 교체하면서 라건아의 체력관리를 했다. 팩트에 디테일까지 가미한 결과였다.
단기전에 접어들면서, 유 감독 특유의 디테일이 빛을 발했다. 시즌 막판부터 전투력을 끌어올린 양동근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이대성에겐 "이정현과 비슷한 레벨로 올라왔다"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스위치와 헷지로 외곽의 압박 출력을 높여 이정현, 마커스 킨 등을 완벽에 가깝게 묶었다.
챔프전서는 기디 팟츠의 수비에 디테일을 가미하며 두 번 당하지 않았다. 1차전서 팟츠의 포스트업에 고전하자 2차전서는 순간적인 지역방어로 팟츠의 공격과 패스를 동시에 체크, 봉쇄했다. 팟츠의 오른발 잽스텝에 대비, 오용준과 이대성에게 절대로 왼발을 움직여 공간을 내주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4차전서 이겼지만, 투 할로웨이에게 많은 점수를 내주며 고전했다. 결국 할로웨이의 외곽은 파이트스루로 저지하면서, 돌파 타이밍에 라건아나 함지훈이 적극적으로 도움수비를 들어가며 저지, 위력을 떨어뜨렸다.
실제 그는 챔프전을 앞두고 "잘만하면 4대0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실제 4승1패로 끝났지만, 그의 자신감 이면엔 허언이 아닌 팩트를 기반한 철저한 준비와 디테일이 스며들어있었다. 현대모비스의 정상 복귀는 당연했다. 그리고 유재학 감독은 자신이 왜 '만수'인지 다시 증명했다.
[유재학 감독. 사진 = 울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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