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크라잉 게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닐 조단 감독의 스릴러라면 절로 신뢰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요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연기파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미국의 국민여동생 클로이 모레츠가 불꽃 튀는 연기 대결로 현실공포의 위력을 변주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마담 사이코’는 현대인의 근원적인 병인 외로움을 바탕으로 집착과 광기에 휩싸인 중년 여인의 스토킹을 오싹한 스릴러로 그려낸 작품이다.
뉴욕에 사는 보스턴 출신의 웨이트리스 프랜시스(클로이 모레츠)는 지하철에서 주인 없는 핸드백을 줍는다. 가방의 주인은 혼자 살고 있는 중년 여인 그레타(이자벨 위페르).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빠져있던 프랜시스는 핸드백을 찾아주면서 그레타와 가까워진다. 어느날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프랜시스는 그레타가 핸드백을 미끼로 젊은 여성들을 유인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후 그레타는 집요하게 프랜시스를 쫓아다니며 그를 궁지에 몰아 넣는다.
1990년 ‘미저리’가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와 애독자의 관계를 그렸다면, ‘마담 싸이코’는 서로에게 유사 모녀관계를 느끼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러니까 스타, 유명인 등 선망의 대상을 향한 스토킹이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 공포’를 소름 돋게 보여준다. 선의로 베푼 행동이 끔찍한 악몽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관객의 등골을 시종 서늘하게 만든다.
그레타의 클래식과 프랜시스의 전자음 사운드로 두 캐릭터의 특성을 대비시킨 점도 돋보인다. 특히 낭만적 선율이 인상적인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광기어린 집착에 스며들 때 기묘한 공포가 스멀스멀 움직인다. 핸드백부터 의상에 이르기까지 녹색과 붉은색을 적절하게 사용해 긴장감을 조성하고, 피아노를 활용해 심리적 불안을 증폭시킨다. 핸드헬드 카메라는 점차 수렁에 빠지는 프랜시스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자벨 위페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낸다. 가녀리고 연약한 중년의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냉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상대를 짓누른다. 상실과 외로움에 빠져 있다 그레타를 만난 이후 점차 공포에 질리는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프랜시스의 친구 에리카 역을 맡은 마이카 먼로는 방관자에서 점차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마담 싸이코’는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스토킹에 관한 ‘사회 보고서’로도 손색이 없다. 피해자가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어야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지능적이면서도 악랄하게 괴롭히는 스토커를 양산할 뿐이다.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경찰의 무능력은 스토커에 대한 공포감을 더 키운다.
경찰의 무관심 속에 그레타는 오늘도 지하철을 서성거리고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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