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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김준한이 MBC 드라마 '봄밤'을 떠나 보내며 "진짜 이별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허한 표정을 지으며 털어놓은 종영 소감에서 그가 권기석이란 역할에 얼마나 깊숙이 빠져들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기석이 조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게 있고, 저도 최대한 공감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힘들었죠. 유독 그랬어요. 안판석 감독님 작품은 몰입도가 남다른 것 같아요. 인간의 좀 못난 부분을 함께 담고 있는 드라마여서 더 끌렸고요. 주인공 캐릭터를 도덕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완전 무결한 상태로 만들어서,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현실엔 잘 없잖아요. 저 자신만 봐도 흠결이 많은 사람인데 그런 것들이 작품의 담대함, 솔직함이었던 것 같아요."
극 중 기석은 오랜 연인 정인(한지민)이 지호(정해인)를 사랑하게 되며 관계에 균열이 생기자,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강한 집착을 보인 인물이다. 지호의 약점을 잡고 험담까지 하는 지질한 구 남친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그를 불쌍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김준한은 작위적이지 않은 특유의 연기 색깔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기석이를 그렇게까지 움직인 건 사랑이었지만, 패착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였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집착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거니까 자기 자신도 굉장히 망가지면서, 서로 괴로워지는 그런 상황이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했어요. 서툴러서 그런 건지 사람을 괴롭게도 해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런 것도 힘이 받쳐줘야 하니까요.(웃음)"
결말에선 기석이 정인에게 뒤늦게 '미안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다른 인연을 찾아 나섰다. 김준한은 어떻게 느끼고, 연기했을까.
"동력이 확 꺼진 사람처럼. 와 닿더라고요. 내 연료가 소모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달린 것 같아요. 어느 순간 깨닫게 되고, 남 서방(이무생)과 술을 마시면서 그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듣고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본 것 같았죠.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하고요."
김준한은 '응급실'이란 곡으로 유명한 밴드 이지(izi)의 드러머로 2005년 데뷔했다. 배우로선 최근 몇 년 동안 영화 '박열' '허스토리',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시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음악을 계속 했다면 프로로서 굉장히 매진해야 하는 거라 연기와 병행이 불가능해요. '내가 옛날에 연기했으면 진짜 잘했을 텐데' 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죠. 연기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음악은 하면서 내 옷 같지 않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뿌연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요. 20대 초반에 같이 살던 형이 연기하는 거 보면서 '저 일 참 재미있겠다' 했어요. '관심 있는 걸 일로 하는 거구나' 그런 막연한 생각도 있었죠. 그 생각을 담아두다가 어떤 타이밍에서 연기를 하게 됐는데 하고 나선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성격이랑 잘 맞는 거 같고 그래서 재미있어요. 연기는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는 느낌, 방향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그 과정이 즐겁네요."
'봄밤'을 통해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는 김준한은 향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약속했다.
"'봄밤'을 통해 좋은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어떤 분들은 제가 연기한 이면의 것들까지 다 파악해서 깊이 있게 작품을 감상해주셨더라고요. 그런 분들한텐 정말 감사하죠. 조금이라도 전작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어요. 작은 성과가 있는 것 같아 좋네요. 앞으로도 열일할게요."
[사진 = 씨엘엔컴퍼니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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